[인터뷰]벚꽃·장례·모텔…류승룡이 말하는 '무빙' 명장면
[인터뷰]벚꽃·장례·모텔…류승룡이 말하는 '무빙' 명장면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09.2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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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식·미현·주원 호시절 벚꽃으로 표현해"
"상복 입다 넘어지는 장면 우연히 탄생해"
"1박2일 모텔 격투 무려 6개월 간 찍었다"

손정빈 기자 = 올해 하반기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한 편을 꼽으라면 역시 디즈니+ '무빙'이다. 강풀 작가가 극본을 쓰고, 영화 '특별시민'(2017) 드라마 '킹덤' 시즌2(2020) 등을 만든 박인제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슈퍼히어로물을 표방하면서도 해외 유사 작품 스타일을 따라가는 대신 로맨스와 휴머니즘 그리고 가족애를 듬뿍 담아내 제대로 된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을 이끌어 냈다.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통해 등장 인물 대부분을 공들여 보여준 덕분에 사랑 받지 못한 캐릭터가 없을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지지를 이끌어 낸 인물이 배우 류승룡(53)이 연기한 '장주원'이다. 장주원이 사랑 받은 건 그가 주요 등장 인물과 모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관계 맺고 있는 만큼 장주원이라는 인물의 다채로운 모습을 함께 보여줄 수 있었다. 딸 희수와 함께할 땐 딸바보 아빠가, 아내 지희와 있을 땐 애절한 로맨스티스트가 됐다. 임무에 나설 땐 치유 능력과 초인적 힘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답게 파워풀 한 액션을, 두식과 함께할 땐 브로맨스를, 미현을 다시 만났을 땐 여전한 우정을 보여줬다.

'무빙'이 20회까지 모두 공개된 뒤 류승룡을 만났다. 그에게 장주원과 '무빙'의 세 가지 명장면에 관해 들어봤다. 그는 '무빙'에 대해 "그간 해왔던 연기를 집약해서 한 작품에서 모두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라며 "내가 가진 모든 걸 원 없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주원·두식·미연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

류승룡은 조인성이 연기한 김두식, 한효주가 맡은 이미현, 그리고 장주원의 삶이 가장 완벽했을 때가 두식과 미현이 만나서 사랑을 키워가던 시기라고 했다. 실제로 두식·미현·주원의 과거가 그려지는 8회부터 '무빙'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워낙에 아름답게 그려진 덕분이었다.

"강풀 작가랑 박인제 감독 두 분 다 진짜 그냥 아저씨잖아요.(웃음) 그런데 어디서 그런 섬세한 감성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작가·감독 두 분이 두식·미현·주원의 호시절을 꼭 벚꽃이 피었을 때 찍어야 한다고 고집했어요. 좋은 시절은 짧잖아요. 벚꽃이 빨리 피었다가 금방 지는 것처럼요. 그래서 벚꽃 있을 때 찍고 싶어했고, 실제로 그렇게 찍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분위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영향을 받아요. 물론 저는 그땐 두식과 미현 뒤에서 그림자처럼 연기하죠. 두 사람을 응원하면서요. 그런데 그 연기가 정말 재밌었어요. 저는 이렇게 긴 호흡을 가진 작품을 처음 해보는데, 이렇게 인물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오래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주원의 가장 슬픈 시간

많은 시청자가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한 장면이 있다. 바로 지희가 죽고 주원이 어린 희수를 데리고 장례를 치르는 장면이다. 이 시퀀스에서 주원이 상복을 갈아 입으며 오열하는 모습은 '무빙'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슬프다. 그리고 류승룡이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 알 수 있다.

"원래는 그냥 쭉 우는 설정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영정 앞에서 울음을 그치고 희수를 잘 키우겠다고 말하는 거였죠. 그런데 박인제 감독이 현장에서 이 장면이 약간 밋밋하다고 생각했는지 상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울음을 더 키워가는 식으로 만들어가자고 했죠. 원래는 옷을 갈아입는 장면도 없었어요. 주원이 항상 전투화를 신고 다니니까 상복으로 갈아입다가 엉거주춤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요. 실제 촬영할 땐 옷을 갈아입다가 넘어졌어요. 일부러 넘어진 건 아니고 집중해서 울다 보니까 전투화 떄문에 자연스럽게 넘어지게 되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이렇게 울어 본 적이 있었나 싶어요. 앞으로도 한동안 이 정도 눈물 연기는 없을 것 같고요."

◇모텔 100대1 싸움

주원은 '무빙' 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과 가장 뛰어난 치유 능력을 가진 캐릭터다. 한 때 폭력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며 포항 일대를 주름 잡았던 그는 배신을 당하고 쫓기듯 인천으로 올라간다. 인천 모텔에서 지내던 그는 위기에 처한 지희를 구하기 위해 능력을 쓰게 되고, 이로 인해 주원의 위치가 발각되면서 그에게 복수 하려는 폭력 조직원들과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무려 100대1의 싸움.

"아, 정말 힘들었어요. 김성균씨와 찍은 하수도 액션 장면도 힘들었지만, 이 장면도 그에 못지 않게 힘들더라고요. 이 장면을 무려 6개월 간 찍었어요.(웃음) 1박2일 간 벌어지는 장면을요.(웃음) 그만큼 제작진이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분들이에요. 장면 장면이 다 장소가 달라요. 한 장면에서 쭉 찍은 게 아니어서 그렇게 오래 걸린 거예요. 부산 해운대와 기장, 경주에서 찍고 충주에서 찍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했습니다. 그 장면을 제가 어떻게 찍은지 아니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 느낌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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