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에 급증한 무당층…총선 앞둔 여야 '민생 챙기기' 급선무
정치혐오에 급증한 무당층…총선 앞둔 여야 '민생 챙기기' 급선무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10.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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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원기자

 

정성원 기자 = 얼마 전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지인을 만났다. 그에게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투표할지를 물어보니 고개를 저었다. 이유를 더 물어보니 "표를 던져주고 싶은 당이 없다", "다 지긋지긋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과연 그만의 생각일까. 추석 연휴 전후로 만난 이들 중에서는 여의도 정치권을 향해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기네들 살 길만 찾는다"는 등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일부는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를 향한 정치 혐오는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정당 어디에도 지지표를 주고 싶지 않다는 이들의 비율은 장기간 30% 안팎에 이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8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거나 응답을 유보한 이들은 3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 민주당은 27%로 집계됐다. 양당 지지율과 무당층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타난 셈이다. 양당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무당층도 30% 안팎을 보이는 현상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텃밭인 영·호남권에서 우세를 보였다. 이와 달리 유권자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양당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가운데 무당층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양상이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18~29세, 30대 등 젊은 층에서 유독 무당층의 비율이 높게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무당층의 대부분은 수도권 유권자거나 젊은 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물론 양당이 무당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직속기구인 '청년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해 토익(TOEIC) 점수 유효기간 5년 연장, 예비군 3권 보장, 청년 개인정보 알파고(알림·파기·고지), 신혼부부 주택자금 지원기준 완화 등 정책을 내놨다. 민주당도 당내 청년 조직들을 통합한 'LAB(랩)2030'을 발족해 대학생, 취업준비생, 예비 신혼부부 등을 겨냥한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당이 대화와 소통 없이 사실상 '반대만을 위한 반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어 이런 노력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거나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를 두루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쳐내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지키기와 정부 발목잡기에 매몰돼 으르렁거린다"며 "그 이외의 일을 하려고 해도 '윤석열' '이재명'이 언급되니 또 정쟁으로 변질된다"고 비판했다.

오는 10일 시작하는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 국회는 여야가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무당층을 끌어들일 마지막 기회다.

양당 모두 '민생'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민생부터 민생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민생 국감, 책임 국감, 희망 국감' 3대 기조를 세웠다. 민주당도 '민생'을 초점으로 두고 임하겠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생'을 내세운 것도 잠시, 양당은 이날도 극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 짧게는 10·11 강서구청장 선거, 장기적으로는 내년 4·10 총선까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할 것이라는 예측은 여전하다.

양당이 정쟁이 아닌 '민생 챙기기' 경쟁을 벌여야만 여야 모두 정치 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집토끼가 아닌 무당층의 호응을 더 많이 얻는 쪽에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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