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심장수술 사실상 멸종…"전문의, 12년뒤 단 17명뿐"
소아 심장수술 사실상 멸종…"전문의, 12년뒤 단 17명뿐"
  • 뉴시스
  • 승인 2023.10.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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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심장수술 전문의
2035년 17명으로 '반토막' 전망
고령화에 전공의 기피 심화 원인
우장호 기자 = 전공의 기피, 기존 의사 고령화와 은퇴로 소아청소년의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올해 33명에서 2035년 17명으로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제주 시민복지타운 광장에서 열린 국내 8번째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출범식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응급환자 이송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백영미 기자 = 전공의 기피, 기존 의사 고령화와 은퇴로 소아청소년의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올해 33명에서 2035년 17명으로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대한소아심장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소아청소년 심장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는 111명 남고 이 중 가슴을 열고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17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심장 외과 전문의는 올해 33명에서 2035년 17명으로,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진단과 비수술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소아심장 내과 전문의는 올해 129명에서 2035년 94명으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는 2021년 기준 1만7315명으로, 소아심장 전문의 1명당 신규 환자 197명을 돌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인 수치일 뿐 소아심장 전문의 1명당 실제 돌보는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심장 질환은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관리해야 해 매년 환자가 누적되지만, 의료 현장에서 의료 소송 부담, 고강도 업무 등으로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를 실제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아서다.

대한소아심장학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를 실제 진료하는 전문의는 7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는 외과와 내과를 통털어 총 162명인데,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국내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 전문의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보스턴 소아병원 한 곳에서 소아심장을 진료하는 교수만 100명이다.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을 진료할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은 고령화되고 있는데 대를 이을 젊은 의사들은 크게 줄고 있어서다.

실제 30~40대 전문의가 급감하고 50~60대가 늘면서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2011년 48세에서 올해 52세로 많아졌다. 반면 올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43명 모집에 4명(2.8%)이 지원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모집인원 30명 중 1명(3.3%)밖에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수도권에 비해 더 부족한데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 수도권에 비해 업무강도가 더 세다.

부산의 A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나는 내년에 퇴직해서 업무강도가 낮은 다른 병원을 가면 되지만, 남은 사람들이 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앞으로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학회와 의료현장 모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회는 "소아 청소년 환자들에 대한 수가(진료비) 인상,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확대, 무엇보다 의사 수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특히 지방은 정주 여건 등으로 수도권보다 의료 인력을 더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손, 발을 맞출 동료들도 일정 수준 필요한 만큼 수도권 병원들과 다른 차별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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