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도체 업계 '예의주시' 이유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도체 업계 '예의주시' 이유는?
  • 뉴시스
  • 승인 2023.10.1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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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텔아비브 AI 콘퍼런스 취소
인텔, 공장 포함 5개 사업장 운영
삼성·SK "당장 영향 적지만 예의주시"
가지자구의 라파 시의 민간거주지역에 이스라엘 공군이 10월 10일 대규모 폭격을 가한 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 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첫 무기수송기가 이스라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900명 부상자는 4500명으로 늘어났다.

이현주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되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에는 미국 인텔을 비롯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진출해 있다. 또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를 포함한 테크 스타트업들도 다수 포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15~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인공지능(AI) 콘퍼런스를 취소했다. 이 행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엔비디아 측은 "현재 이스라엘 상황이 매우 역동적인 만큼 현지에 있는 직원들에게 가족의 안전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취소 소식을 알리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1974년부터 이스라엘에 진출한 인텔은 4대 공급처 중 하나로 이스라엘을 꼽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 내 1곳의 공장과 4곳의 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에서만 직원 1만2800명을 고용해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직원수를 가진 민간 기업으로 꼽힌다. 인텔이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올린 매출은 약 87억 달러(1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인텔은 남부 도시 키르얏 갓에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 '팹28'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전쟁 분쟁 지역에서 20㎞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인텔이 250억 달러(32조원)를 들여 짓기로 한 새 반도체 공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인텔 측은 이스라엘 상황과 관련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로 인텔 이스라엘 공장이 차질을 빚을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텔 CPU 제품들이 최신 D램 DDR4와 DDR5를 지원하는 만큼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수요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특히 차세대 반도체 설계 같은 분야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이스라엘 수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품목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수입금액 11억8600만 달러 중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3억1127억원으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우리나라 반도체 공급망과도 연관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스라엘에 판매법인을 비롯해 연구개발(R&D)센터, 삼성리서치 이스라엘 등을 운영 중이다.

이스라엘 R&D센터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되기 불과 9일 전인 지난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 받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미래 혁신 기술 확보 방안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재원 10여명을 포함, 현지 직원들이 재택 근무를 하며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정부 지침을 포함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조속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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