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경 화백은 누구인가…네컷 만화 '왈순아지매' 47년 연재
정운경 화백은 누구인가…네컷 만화 '왈순아지매' 47년 연재
  • 뉴시스
  • 승인 2023.10.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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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두꺼비와 3대 시사만화가
1955년 월간지 여원서 첫 발표
30여 년간 중앙일보서 8829회 연재
서민여성 시선으로 정치 거침없이 풍자 인기
정운경 화백

신재우 기자 = 인기 시사만화 '왈순아지매'를 47년간 연재했던 정운경(본명 정광억) 화백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를 꿈꿔왔다. 은행원이 되길 바라던 부모의 성화에 동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1951년 만화 '코주부'의 김용환 화백을 문하생으로 들어가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왈순아지매

그가 이름을 알린 대표작은 네컷짜리 시사만화 '왈순아지매'다. 김성환의 '고바우영감', 안의섭의 '두꺼비'와 함께 한국의 3대 시사만화로 불리는 작품은 1955년 처음 발표한 후 47년간 연재됐다.

만화는 경상도에서 상경한 억척스러운 여성 '왈순'이 도시 가정에서 식모살이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1955년 월간지 '여원'에서 처음 발표돼 대한일보(1963~1967), 경향신문(1967~1974)을 거쳐 중앙일보에서 1975년부터 2002년까지 28년간 연재했다. 총 8829회를 연재해 시사만화 국내 최장수 연재 기록을 갖고 있다. 1963년에는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왈순아지매'는 서민 여성의 시선으로 우리 정치를 거침없이 풍자했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8개의 정부를 지나오며 서민의 삶을 담아냈다. 박정희 정부 때는 물가 인상에 집에서 이발을 하는 서민의 모습을, 전두환 정부 때는 "기왕이면 저 집 음식 팔아 주자"며 '광주식당'으로 향하는 이들을 그렸다. 노태우 정부 때는 "물맛이 미적지근"하다며 생수통을 들여다보는 장면도 있다.

30여 년간 중앙일보에서 시사만화를 연재한 고인은 68세에 1년 간 중앙일보 고문을 역임한 후 은퇴했다.

은퇴 후에도 '왈순아지매'는 멈추지 않았다. 2013년 고인은 79세의 나이에 블로그를 개설해 '왈순아지매'를 제목으로 한 한 컷짜리 만평을 올렸다. 그는 블로그 프로필을 통해 "피천득 시인은 늙으면 늙은데로 살만하다 했다"며 "이런 것들이 나를 고무시켰고 10년간 쉰 여독을 풀려 왈순아지매를 사이버 공간에 올리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2018년 5월까지 꾸준히 만평을 게재했다.

'왈순아지매'의 명성에 가려졌지만 말썽쟁이 개구리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또복이', 진돗개를 주인공으로 한 '진진돌이' 등도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진진돌이'는 김용환의 '코주부삼국지', 김성환의 '꺼꾸리군 장다리군'과 함께 잡지 '학원'의 3대 연재만화로 꼽혔다. 2009년에는 이를 리메이크한 '진진돌이 에볼루션'이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기도 했다.

고인은 1994년 위암 장지연상, 1996년 언론상 신문만화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다. 조문은 14일부터 받는다. 발인은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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