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강도·방법 등 이견 여전…지도부 거취도
당 일각선 "쇄신에 지도부 영향력 배제돼야"
정성원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당 쇄신 방향 논의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안을 논의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려다 취소하고 지도부 일원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담으로 전환했다. 지도부 내에서 책임론을 놓고 이견을 보이자 일대일 면담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 내에선 지도부 책임론과 쇄신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 대표는 13일 오전 지도부를 대상으로 국회 당대표실에서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전날 저녁 돌연 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일대일 면담으로 전환했다. 혁신안 관련 여론을 더 수렴하면서 고심을 이어가겠다는 게 김 대표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김가람·장예찬·강대식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순으로 일대일 면담을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면담 참석자들 일부는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 체질 개선을 비롯해 인적쇄신 등의 요구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원외위원장으로서 수도권 민심과 정서,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며 "수도권 국민의 마음을 다잡아 변화하려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우리 당이 총선을 대비해 다시 신뢰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듣는 시간"이라며 "책임감을 가져야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책임지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하고 먼저 책임진다'고 느끼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준엄한 선거 결과가 나왔음에도 위기로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선거 패배 책임과 쇄신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는데, 일대일 면담에서도 쇄신 강도와 방법론 등을 두고 여러 의견이 분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일단 선거 패배 책임에 따른 거취, 인적 쇄신 규모와 방향 등을 두고 합의점이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부터 사무총장, 부총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규모 인사 교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구상 중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 총선준비단 조기 발족, 인재영입위원회 출범 등 '혁신안'의 내용과 시행방향 등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도 관측된다.
김 대표가 말한 '당 체질 개선'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쇄신'(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전횡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 쇄신과 지도부 거취 등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김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점심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민심의 변화에 대해 우리 당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인지가 핵심과제"라며 "(혁신안 마련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고민을 이어가는 김 대표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면서도 지도부에 쇄신을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지도부가 교체할 정도의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면서도 "혁신위원회를 당대표가 맡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혁신위가 정말 수도권 민심을 잘 읽고 중도층과 젊은 층 민심을 잘 읽고 그에 맞는 전략이나 메시지, 정책이나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며 "(당대표와) 색깔이 다른 사람이 들어와야 혁신의 이미지가 난다"고 설명했다.
홍문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책임자가 책임을 안 지고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을 돌리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선거에 개입하고 만들었던 지도부의 그분들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도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거나 총선을 준비하는 건 지금 지도부로는 역부족"이라며 "쇄신, 총선 기획에 지도부 영향력을 상당 부분 배제하고 (쇄신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