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병원 가려 '환자촌' 전전…'상경 의료' 해결 언제쯤
서울 병원 가려 '환자촌' 전전…'상경 의료' 해결 언제쯤
  • 뉴시스
  • 승인 2023.10.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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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비수도권 환자 71만…진료비 2조원 달해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42.2%가 수도권에 쏠려
"소득 웬만큼 되면 중병 걸렸을 때 서울로만"
"그만큼 수도권-지방 역량 차이 반증하는 것"
"비수도권 의료 역량 강화 노력 더 기울여야"
 5개 상급종합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아산) 비수도권 진료 인원

 구무서 기자 = 대구에 사는 60대 이씨는 수년 째 주말마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고 있다. 완치가 비교적 쉽다고 알려진 자궁암 진단을 받고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으나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전이가 발견되자 서울의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했다. 이씨는 수도권에 거주하던 동생의 집에 약 한 달을 머물렀지만 마냥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 '환자촌'이라 불리는 환자용 고시텔은 한 달에 100만원을 넘어 금전적 부담이 상당했고, 사정을 설명해 일주일에 30만원으로 머물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통원 치료를 결정했다.

이씨처럼 진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을 오가는 이른바 '상경 의료'는 의료계에 만연한 현상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18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상경 의료를 받은 비수도권 환자 수는 71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쓴 치료비만 2조1800여 억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의료 관련 주요 인력과 시설이 수도권에 쏠려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42.2%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경북과 제주, 세종에는 상급종합병원이 1곳도 없으며 충북과 울산, 전남은 1곳만 있다. 그마저도 전남은 화순전남대병원과 지역 주민 거주지의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현상의 결과로 급성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에서 차이가 나타나는데,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과 뇌졸중, 중증 외상 등 급성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전국 평균 7.7%이지만 울산 9.6%, 경북과 충남 각각 9.2%, 부산과 충북 각각 9.1% 등으로 비수도권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기의 경우 급성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이 7.1%, 서울은 7.2%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지역에서 필요한 진료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소득 수준이 웬만큼 되면 중병에 걸렸을 때 서울로 오려고 하는데, 그만큼 수도권과 지방의 역량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지역 완결혈 의료 체계 이야기를 하는데 비수도권 의료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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