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시세조종 의혹 핵심은…'카뱅' 대주주 적격성까지 번지나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 핵심은…'카뱅' 대주주 적격성까지 번지나
  • 뉴시스
  • 승인 2023.10.23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범수 전 의장, SM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출석
특사경, 김 전 의장 직접 지시 있었는지 추궁할 듯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등 금융권 파장 예고

최홍 기자 =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막기 위해 카카오가 시세조종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까지 금융당국에 소환돼 향후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범수 전 의장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정보를 받고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 출석했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 지분 약 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보유 지분은 약 24%로 넓혀진다.

특사경은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9일 김 전 의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를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 씨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 부문장 이모 씨는 "혐의 내용은 중대하지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됐다.

이들은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해 지분 25%를 확보하려 했으나 주가가 이를 웃돌면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아울러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상황에서 기한 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특사경은 수차례 김 전 의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카카오 실무진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인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앞서 2019년 카카오 대주주인 김 전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법제처는 김 전 의장의 '개인'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카카오, 카카오의 최대주주가 김 전 의장이지만 김 전 의장 개인이 직접 카카오뱅크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세조종 처분이 김 전 의장 '개인'이 아니라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직접 가진 대주주인 만큼, 향후 해당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처분받으면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금융사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되고, 해당 대주주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된다.

향후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카카오의 SM 인수도 뒤집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M 인수를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의 분쟁은 지난 3월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가져간다'고 합의되면서 일단락 됐다.

금융당국과 법조계에서는 시장에서 이미 이뤄진 주식 지분 거래를 없던 일로 만들기는 어려우나 손해배상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 측의 방해로 공개매수를 실패한 하이브와 주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손해를 물어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처럼 카카오 시세 조종 의혹은 여러 권역에 얽혀있는 복잡다단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세조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과 금감원은 이미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현재 모든 역량을 집중해 여러 가지 자료를 분석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위법 발견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