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신드롬도…해외 박물관도 전시
감염병 확산 방지·소아암 치료 위해 1조원 기부
이현주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3주기를 맞아 삼성그룹이 추모 음악회 등 다양한 추모 행사를 실시한다. 특히 생전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이 선대회장의 행보가 재조명되면서 유족들의 천문학적 사회 환원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오너가는 이 선대회장 별세 후 지난 2021년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유산의 60%를 사회에 환원했다.
유족들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저서 '이건희 에세이 -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는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 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도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삼성가의 사회 환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유족들은 지난 8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상상속 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했다. 유족들의 이 기증으로 최근 공개한 광화문 월대를 더 온전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월대 복원을 마무리한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기념행사를 열어 서수상을 포함한 광화문 월대를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이 선대회장 유족들의 역대급 미술품·문화재 기증은 한국 미술계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 2021년 5월 '박수근 미술관'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열린 기증품 특별전시는 '이건희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까지 200만명 가까운 관람객들이 전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해외 미술관도 이 선대회장 컬렉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굴지의 박물관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을 선보일 전망이다.
국보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이건희 컬렉션' 250여점은 2025년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스미스소니언은 미술관 2개층을 이용해 외부 소장품 기획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 계획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2026년에는 미국 시카고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도 차례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 선대회장 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을 일정 기간 맞교환해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류 전시가 성사될 경우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세계 3대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은 165㎡ 규모로, 불상, 도자기 등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으며, 메트로폴리탄은 향후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실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선대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을 이어받은 의료 공헌도 주목받고 있다. 평소 의료 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이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이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고인의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