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크기 등 정밀진단"…방사성의약품 세계 첫 개발
"뇌종양 크기 등 정밀진단"…방사성의약품 세계 첫 개발
  • 뉴시스
  • 승인 2023.10.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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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린 유도체·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 결합
방사성 의약품 개발·임상 적용 등 본격 추진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뇌종양 연구팀은 뇌종양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 의약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왼쪽부터 강충모, 임창근, 안재훈, 박지애, 이용진 박사. 

 백영미 기자 = 뇌종양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고,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수술이 쉽지 않은 부위에 발생해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이란 방사성 동위원소와 의약품을 결합해 제조된 특수의약품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박지애·강충모·이용진 박사 연구팀은 뇌종양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 의약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 구리-64(Cu-64)를 표지(화합물을 구성하고 있는 특정한 원자를 그 원소의 동위 원소로 치환)한 포피린(식물 엽록소나 동물 혈액에서 발견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화합물) 유도체를 뇌종양에 결합시켜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리로 뇌종양의 크기와 위치 등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포피린이란 혈액 속의 적혈구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거대한 핵심 고리 구조다. 암세포에 빛을 쪼였을 때 산소와 반응해 암 세포를 죽일 수 있다. 최근 포피린을 이용한 방사성 동위원소 암 진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구리-64를 이용한 방사성 의약품을 정맥에 주사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하면 암세포에 방사성 의약품이 모여 암의 크기와 위치가 영상화돼 나타난다. 문제는 체내에 주입된 방사성 의약품이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 간 조직에서 먼저 분해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고 안전한 암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포피린에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로 발표된 특정 화합물(N,N-디메틸-4-p-페닐렌디아민, N,N-dimethyl-4-p-phenylenediamin)을 붙인 포피린 유도체를 개발해 뇌종양을 잘 찾아가 붙도록 결합력을 높이고,  이 포피린 유도체에 방사성 동위원소 구리-64를 표지해 암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 의약품 제조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뇌 또는 허벅지에 뇌종양 세포를 이식한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일반 포피린과 포피린 유도체에 각각 구리를 표지해 종양 결합력을 비교한 결과, 주사 후 18시간째 일반 포피린에 비해 포피린 유도체가 종양 결합력이 약 1.4배 높은 것을 PET 영상으로 확인했다.

구리를 표지한 포피린 유도체의 정상 뇌와 뇌종양의 결합력을 비교한 결과, 주사 후 18시간째 뇌종양의 결합력이 정상 뇌에 비해 32배 높아 PET 영상으로 암의 크기와 위치를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구리-64는 대표적인 금속성 방사성 동위원소로 금속성 물질의 결합력을 이용해 표지가 수월하다. 2014년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구리-64를 이용해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성공했다. 암세포 결합력을 높인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개발(2016년), 자궁경부암 지능형 방사성의약품 개발(2018년), 난치성 유방암 진단용 의약품 개발(2021년) 등 암 진단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포피린 유도체의 뇌종양 결합 기전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더욱 실용적인 암 진단·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개발과 임상 적용 등 실용화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 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고령사회 대응 첨단 방사성의약품 기반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 국제 분자 제약학 학술지 '몰큘러 파마슈틱스(Molecular Pharmaceut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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