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영 "또 악역이냐고요? 이번엔 울면서 했어요"
[인터뷰]이준영 "또 악역이냐고요? 이번엔 울면서 했어요"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10.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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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감한 시민'에서 악인 한수강 역
학교 안팎서 무소불위 폭력 고교생 맡아
"난 악마다, 스스로 세뇌하고 연기했다"
악행 연기에 촬영 중 세 차례나 눈물도
"그래도 악역 연기 해내면 성취감 크다"

손정빈 기자 = "최고의 칭찬은 욕이죠. 많은 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우 이준영(26)에게 관객에게 어떤 칭찬을 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준영은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질이 나쁜 인간이 새 영화 '용감한 시민'(10월25일 공개)의 고등학생 '한수강'이라고 했다. 그는 한수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악인"으로 표현했다. 이준영은 악역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주인공 반대편에서 맞부딪히는 인물을 연기할 때 더 빛이 났고, 최근 연달아 이어진 작품들에서 그런 모습이 두드러졌다. 재작년에 나온 'D.P.' 시즌1에서 그랬고, 올해 '마스크걸'에서도 그랬다.

"전작들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악역이라는 말보다는 양아치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런데 한수강은 정말 악인입니다. 남을 괴롭히는 게 즐거운 사람이에요. 연기할 때 '나는 악마다'라고 세뇌하고 연기해야 했어요."

영화 '용감한 시민'의 한 장면

'용감한 시민'은 학교 폭력을 다룬다. 친구들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들에게까지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한수강에게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준영이 연기한 한수강은 안하무인 캐릭터. 반 친구 한 명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하기도 하며 길에서 김밥을 파는 할머니에게 아무 이유 없이 패악질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분을 못 이겨 교감 선생님을 때리기까지 한다.

이준영은 그간 맡아온 악역은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용감한 시민' 한수강을 연기할 때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인간 이준영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그는 한수강을 연기하면서 세 차례나 울었다고 했다. 김밥 할머니를 괴롭히는 장면, 친구 머리에 검정 비닐 봉지를 씌워 괴롭히는 장면 등을 촬영할 땐 괴로운 마음을 컨트롤 하기 힘들었다. "한수강과 제 자아가 크게 부딪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 첫 촬영이 박정우 배우가 연기한 '진형'에게 비닐봉지를 씌워 괴롭히는 장면이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촬영 중간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숙소에 들어와서 누워 있는데도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할머니 괴롭히는 장면도 그랬고요. 가장 힘든 악역이었습니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많이 다독여줬어요.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한수강은 절대 사랑 받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이준영의 연기는 이번에도 꽤나 인상적이다. 다소 과장돼 있긴 해도 'D.P.'나 '마스크걸'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방식의 연기를 하는데다가 한수강의 극악무도함을 눈빛으로 표현해내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한다. 그런데 이준영은 "제 원래 성격은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엔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이 '걔가 걔였어?'인 것 같습니다. 늘 전작에서 연기했던 인물이 생각나지 않게 연기하고 싶어요."

악역을 또 하고 싶냐고 묻자 이준영은 "당분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한 캐릭터를 만났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또 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런데 도전하고 해내고 나면 성취감이 정말 커요. 그래서 자꾸만 악역을 택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선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1997년생 이제 막 2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만 보면 이준영을 신인 배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벌써 데뷔 10년 차가 된 베테랑이다. 2014년 그룹 유키스 새 멤버로 합류하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가수보다는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일찍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수 활동이 잘 풀리지 않았고 연기 활동 초반에는 주목 받지 못하며 부침을 겪었다.

"안 좋았던 때도 있고, 좋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겁니다. 안 좋았던 시기도 지나고 나니까 다 굳은살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이요?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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