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옥석가리기 전국 확산"…전문가 4人 전망
"분양시장 옥석가리기 전국 확산"…전문가 4人 전망
  • 뉴시스
  • 승인 2023.10.3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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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4人 연말·연초 전망 들어보니
"매물 늘지만 거래 안되는 현상 내년 초까지 이어질듯"

강세훈 기자 =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살아나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것일까.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줄고 있는 반면 매물은 쌓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서울 자치구 중 하락세로 전환한 지역이 등장했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347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한(30일)이 남아있지만 전달 3849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인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금 조달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도봉구의 H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 자체가 뜸해졌다"며 "게다가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약 7만6785건(26일 기준)으로 세달 전인 7월 말 6만8494건에 비해 12.1% 늘어났다.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대 수준으로 오르고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가 중단되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동향 통계 자료를 보면 10월 넷째 주(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7% 오르며 23주 연속 상승 중이지만 상승폭은 전주(0.09%)에 비해 줄었다. 특히 강북구는 이번 주 0.01% 떨어져 15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수심리 정도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꺾이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3일 조사 기준 88.2로 전주(88.7)보다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 4인으로부터 연말 부동산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올 상반기 뚜렷하게 나타나던 정책 효과가 사라지고 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면서 내년 초까지 집값 조정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고금리 여파로 추격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며 "시장 매물이 늘고 거래가 잘 안되는 현상이 내년 1~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도 "금리 때문에 올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이 상승 압력보다는 현재 수준이 유지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경제지표가 올 하반기 저점으로 예상되고 때문에 내년 연초 이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저점을 확인하는 게 올 연말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로 소강 국면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속도 조절, 금리 상승, 급매물 소진, 역전세난 등으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에 상승 기대심리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소강 국면 속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승폭이 줄어들더라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상승 전망의 이유로는 금리 불확실성 해소, 내년 입주 물량 감소 등이 꼽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5627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보다 40%가량 감소한 규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주담대 금리가 높아 실수요자들이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내년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횡보와 상승을 반복하다가 연말을 지나면서 다시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최대 관건"이라며 "시중 금리가 조금 떨어지면 다시 거래량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은 최근 지역별 양극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240.2대1을 기록한 반면 경기도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은 4.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이는 등 수도권 내에서도 분양가나 입지에 따른 차별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옥석가리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묻지마 청약이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대표는 "분양시장은 옥석가리기가 시작하고 있다"며 "입지가 좋은 곳은 분양가가 높아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서울이라 하더라도 입지가 좋지 않거나 교통 사각지대인 곳은 실수요자들이 옥석가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송 소장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계약 단계에서 완판에 실패하는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며 "청약 수요자들이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 내에서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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