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털어내자"…밀어내기 분양 '봇물'
"올해 안에 털어내자"…밀어내기 분양 '봇물'
  • 뉴시스
  • 승인 2023.11.0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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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전국 52개 단지·4만4003가구 분양…"월별 가장 많은 물량"
고금리 기조 장기화·주택 수요 감소…내년 주택시장 불확실성↑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박성환 기자 =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미분양 물량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분양에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지난 7일 분양 일정을 묻는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을 더 미루면 금융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일부 물량이라도 털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와 내년 사업 준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될 수 있으면 올해 안에 분양에 나설 예정"이라며 "미분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과 일부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분양시장 비수기인 11월에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인상 등 주요 변수를 지켜보며 분양 일정을 미뤄온 건설사들이 대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에서 52개 단지 총 4만4003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수도권이 2만5520가구, 지방 1만8483가구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1만6627가구, 인천 5326가구, 서울 3567가구 등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 성동구 용답동 ‘청계리버뷰자이’(1670가구), 마포구 아현동 ‘마포푸르지오어반피스’(239가구), 도봉구 도봉동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299가구) 등이 분양에 나선다.

경기 지역은 평택(3320가구)과 의정부(2889가구), 파주(1741가구), 김포(1297가구) 등에서, 인천의 경우 서구(2548가구)와 계양구(2042가구) 등에서 주로 공급됐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부산(3472가구)과 광주(3214가구)의 물량이 특히 많았다.

건설업계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환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입주 본격화 등 위험 요인이 많아 건설사들이 올해 안에 분양을 최대한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가 일부 개선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분양가까지 높아지면서 내년에 투자 심리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올해 초보다 개선된 분양시장 분위기에 맞춰 올해 안에 가급적 적체된 분양 물량을 소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 경기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시장 상황에 더 나빠지기 전에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이 늘고, 주택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분양에 나선 이유는 금리 상승기가 이어지면서 향후 분양시장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과 원자재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에 분양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비수기인 연말에 막바지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입지 요건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미분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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