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PKM 토비 지글러 vs 국제갤러리 로니 혼
'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PKM 토비 지글러 vs 국제갤러리 로니 혼
  • 뉴시스
  • 승인 2023.11.1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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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토비 지글러, 붓질 회화 '파괴된 우상'
5년 만에 로니 혼, 신작 '수채화 연작' 세트전
박진희 기자 = PKM 갤러리에서 선보인 영국의 현대미술가 토비 지글러(Toby Ziegler) 개인전 '파괴된 우상Broken images' 전시 장면.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좋은 페인팅은 궁극적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영국 현대미술가 토비 지글러(51)의 말은 미국 현대미술가 로니 혼(68)의 작업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구상을 추상으로 변주한 두 작가의 작품은 보기에 난해하다. 대체 무엇을 그린 것일까? 무슨 내용이지? 라는 물음표로 끌어들인다. 지식 없이는 해독되지 않는 화면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끔 하려는 작가들의 영악하고 교묘한 장치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에서 전시 잘하기로 소문난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와 국제갤러리가 진지하고 뜻깊은 선물같은 전시를 마련했다. 동시대왕성하게 활동하는 핫한 영국, 미국 작가의 세계관을 비교해볼 수 있다.

화면이 복잡 미묘해 보이는 토비 지글러와 은은하고 단순하게 담아낸 로니 혼의 작품은 알고 보면 쉽다. '회화적 탐구'를 '회화적 제스처'로 드러낸 그림들로 두 작가의 작품은 '오리지널리티의 경계가 무너진 다성(多性) 의 풍경'을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 보여준다. 인물과 사물들을 그렸지만 이들의 작품은 모방과 재현이라는 전통 회화가 가진 환영을 깨며 회화를 탐구한 살아있는 손 맛을 전한다.

박진희 기자 = 영국 현대미술가 토비 지글러(Toby Ziegler)가 16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 '파괴된 우상Broken images'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PKM갤러리, 토비지글러 개인전 '파괴된 우상'
2019년 전시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파괴된 우상'을 주제로 고전 예술과 현대기술을 가로지는 신작 회화 8점을 공개한다.

컴퓨터와 3D로 탄생한 배경을 프린트했고 그 위에 물감으로 추상화 같은 이미지를 겹쳤다. 이전 단단하고 매끄러운 알루미늄 페인팅 작업과 달리 이번 작품은 공간을 유영하는 유기적인 붓질로 오간 회화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토비 지글러는 "작업 재료의 변화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회화의 연장선"이라며 "그동안 부식과 침식의 작업이었다면, 이번 회화작업은 축적의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고전 미술사와 동시대 문화와 풍경 인물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그는 "회화는 절대적으로 지식 기반의 것이 아니라 무지에서 시작해서 회화와 타협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이 어렵게 보인다'는 질문에 1960년대 미니멀리즘 회화로 미국 현대미술을 이끈 프랭크 스텔라의 말로 자신의 작품 설명을 대신했다. "눈을 가리고 보면 잭슨폴록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추상화 같은 작품에는 고전미술의 구상화가 들어있다. PKM갤러리에 선보인 'Harvest'의 경우 런던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에 소장 중인 작자 미상의 '윌튼 두 폭 제단화 The Wilton Diptych'ca.1395-9 속 색채와 구조를 가져와 리모델링한 작품이다.

잉글랜드의 8번째 국왕 리처드 2세(Richard II, 1367-1400)와 그의 통치를 축복하는 성모자와 성인들의 세밀한 형상과 역사의 와해된 서사를 평평하게 삭제하고 점, 선, 면으로 아스라이 채워 새로운 현대미술로 담아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토비 지글러와 PKM갤러리와의 인연은 2014년 이어졌다. 2015년 한국 첫 개인전을 연 데 이어 PKM 갤러리에서 4년마다 한번씩 한국 개인전을 열어 이번이 세번째 개인전이다. 토비 지글러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전시는 17일부터 12월23일까지.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미국 현대미술가 로니 혼의 다섯 번째 개인전 'Roni Horn' 개막 기자간담회를 16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에서 갖고 작가의 '프릭 앤 프랙스(Frick and Fracks)' 수채화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갤러리, 로니 혼 개인전 수채화 연작 세트전
“내게 하는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그리는 사람이라 하겠다. 드로잉이 내 주된 활동이고, 양식이 무엇이든 매체가 무엇이든 내 모든 작품의 공통분모가 드로잉이다.”

미국 현대미술가 로니 혼은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다섯번째 개인전에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한 수채화 연작을 선보인다. 드로잉은 로니 혼 작업의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그가 작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유지해온 유일한 매체이기도 하다.

수채화 8~9점을 묶은 '프릭 앤 프랙스' 연작은 '쌍을 이루는 것, 이중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담겼다. 관계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사진에서 조각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특징이다.

이번 수채화 연작의 각 화면 안에는 하나의 추상 도형만이 들어있다. 운율적이기도 하고, 생물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기하학적 이미지들의 병치는 무의식적으로 기억력 게임을 하고 있다.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관찰과 고찰을 이어가며 무엇이, 어떻게, 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지, 다양한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8~9점이 한 세트로 작가 사인은 한 작품에만 적혀있다.

로니 혼 작가. 사진

로니 혼은 '하늘색 유리 주물' 작품으로 더 유명한데, 방탄소년단 RM이 공개한 집 거실에 이 작품이 놓여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현재 호암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RM은 벌써 국제갤러리 로니혼의 전시를 다녀갔다고 한다.

로니 혼은 뉴욕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학사, 예일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다. 최근 중국 포산 시에 위치한 허 미술관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바젤 현대미술관, 파리 피노 컬렉션, 한국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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