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미일 협력에 쐐기 박고 싶은 생각도…경제 실리는 꾀해"
김예진 기자 = 4년여만에 개최된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은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일과 중국의 온도차도 부각됐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대중 포위망이 좁아지는 사태를 피하려 했다고 27일 분석했다.
이날 지지통신은 전날 부산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이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합의하는 등 협조 자세를 연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두하는 중국을 노려 일한(한일)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3국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통신은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이 중국 측 사정으로 불발된 점을 들며 "미국과 결속을 강화하는 일한에 대해 중국의 견제라는 견해도 있다. 융화(화해) 모드를 연출하려는 일한 양국은 휘둘린 형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통신은 "중국에게는 일미한(한미일) 협력에 쐐기를 박고 싶은 생각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동아시아에서의 대중 포위망이 더 좁아지는 사태를 피하고 싶은 게 본심"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한일중은 "과거 역사 문제 등에서 중한(한중)이 협력하는 때도 있었다"며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금은 일·한 대 중국 구도가 됐다"고 전했다.
일본은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경계하면서 결정적인 갈등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다. "대화 창구를 넓혀두고 싶은 게 본심"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에 응한 것은 "이번 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회담에서 대미 관계 안정이 어느 정도 전망이 선 게 이유"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이 "일한 양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데에는, (관계 개선을) 경제 면에서 실리로 연결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중국 경제가 한 층 더 심각해졌다며, 올해 3분기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들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 한·일의 안보 면에서 관계 강화가 자국 포위감으로 연결될까 경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가 4년 전 회의에 비해 "후퇴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대북 관련 협력에 주목했다. 이번 회의에서 3국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공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년 전 회의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후퇴했다고 신문은 짚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측이 이번 회의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이야기했으며, 일본도 동의했다. 중국 측은 기본적인 입장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아사히는 3국이 대화 궤도로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접근하는 일·한과 중국 간 골은 깊다. 차기 정상회의 시기도 합의하지 못했다. 3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도 (3국의) 관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