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호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한 것”
[인터뷰]김호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한 것”
  • 뉴시스
  • 승인 2019.06.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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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쇼’와 ‘쿡킹코리아’ 스타 셰프
보석같은 음식, 한우 파인다이닝 ‘모퉁이우 라이프’
스타셰프 김호윤이 9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라이빗 레스토랑 RIPE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리사 김호윤(34)은 밥 한 끼에도 품격을 담는다. 평소에는 허술하고 장난기 가득한데, 조리를 할 때는 눈빛부터 달라진다. 

“덕후 기질이 있다”며 “셰프는 완벽해야 하는 직업이다. 얼마나 디테일을 잘 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식을 전공한 김 셰프는 프렌치 레스토랑 ‘스와니예’를 거쳐 한우 파인다이닝 ‘모퉁이우 라이프’(RIPE)를 이끌고 있다. 올리브 ‘올리브쇼’(2014~2016), SBS TV ‘쿡킹코리아’(2014~2015) 등을 통해 스타 셰프로 떠올랐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오픈한 지 약 1년된 ‘라이프’가 항상 만석인 이유일 수 있다. 

‘라이프’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레스토랑이다. 2013년 국내에 한우 오마카세를 처음 도입한 식당 모퉁이우가 바탕이 됐다. 한우 오마카세는 1인 정가로 셰프가 그날 엄선한 가장 좋은 부위의 한우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코스로 먹는 방식이다. 

“모퉁이우는 룸이 3개밖에 없어서 항상 예약이 밀려 있었다. 좀 더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다. ‘라이프’는 숙성된 투뿔 한우 전문점이지만, 알맞게 무르익은 신선한 채소도 함께 곁들이겠다는 뜻을 담았다. 소의 컨디션, 날씨 등 변수가 여럿이므로 항상 최고의 고기를 쓸 수는 없다. 최대한 좋은 고기를 써서 맛있는 요리를 하려고 하고, 신선한 작물도 직접 공수한다.”

스타셰프 김호윤이 9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라이빗 레스토랑 RIPE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이프’에는 김 셰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삼성동 하나카드 VIP센터 9층 있으며, 대형금고를 모티브로 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화려한 샹들리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인테리어도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금고 안에서 보석같은 음식을 제공하자’고 마음 먹었다.  

25만원으로 비싸지만, 한우 오마카세를 베이스로 다양한 플레이팅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확실히 밥값으로서 진입장벽이 높다”면서도 “뜨악 소리 날만큼은 아니지 않느냐. 이 가격대에 다이닝 경험을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에서 직접 요리를 선보이고, 룸에서는 담당 서버 1명이 고객 한 명 한 명 서비스한다”고 설명했다.

총 16가지 코스는 2시간에 걸쳐 서빙된다. 광어아보카도망고 세비체, 한치 단새우, 육회와 캐비어, 토마토 샐러드, 부위별 한우 구이, 디저트, 식사 순이다. 메뉴 구성은 평균 두세달마다 바뀌는 편이다. “단순히 육회 한 접시를 파는 거면 맛있으면 땡”이라며 “16~20코스를 선보일 때는, 앞뒤 재료를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앞에 등푸런 생선 요리를 내놓았다면, 뒤에는 간이 센 음식을 선보이는 식”이다.

코스 요리가 덜 나가는 경우는 없다. 싱싱한 생선을 보면 ‘이래도 안 살래?’라고 쳐다보는 것만 같다. “안 살 수가 없다”며 “내가 욕심을 못 버려서 대부분 원래 예정된 코스보다 더 많은 요리가 나간다. 고객들의 배가 찢어지든 말든”이라며 웃었다.

샐러드 하나에도 큰 정성이 들어간다. “먼저 가장 맛있는 토마토를 선별하고, 색소와 에센스를 분리시킨다. 100% 토마토지만 투명한 옐로 빛이 나게 한다. 여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토마토를 올려준다. 요즘 토마토 철이어서 우리나라 토마토도 싱싱하지만, 일본 교토에서 토마토를 공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토마토와 정말 다르다. ‘인생 토마토’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맛이 느껴진다.” 

 

김 셰프의 인생 터닝 포인트는 ‘스와니예’ 시절이다. 3년 정도 수석셰프로 일하며 요리에 재미와 위트를 녹여넣는 법을 배웠다. 한식을 전공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11년 전에 처음 장을 담궜다. 20대 초반에 한식의 전통성을 어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다 한식 전문가인데, 내가 어필한다고 해도 전혀 와닿지 않았을 것”이라며 “클래식한 요소에 한식을 가미하고 싶은데, 아직은 먼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쌓아가는 과정 아닐까. 위트있고 재미있는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 처음 담근 장이 점점 무르익듯이 말이다.” 

TV 출연으로 유명세도 탔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그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다. “올리브쇼 최다 출연자인데, 3년 정도 하다 보니 ‘내가 가야 할 영역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셰프로서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방송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최근 출연 요청을 거의 거절하고 있는 이유”라고 답했다.

최현석(47), 샘킴(42) 등 스타셰프들의 공로에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절친한 남성렬 셰프는 “손맛이 정말 좋다”며 “누구보다 잘 알고 친한데, 라이벌 의식이 느껴질 정도다. 찌개 하나를 끓여도 어머니 손맛이 느껴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타셰프들의 거품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종합 엔터테이너로 성장, 외식 문화 발전에 이바지를 했다”고 치켜세웠다. 소비 문화를 끌어 올려야 “농부, 유통업자,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돈을 버는 것 아니느냐. 그래야 셰프도 더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외식사업가 백종원(53)에 대해서는 “엄청난 명암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tvN ‘집밥백선생’ 등이 한창 화제가 됐는데, 요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끌어 들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통성을 가지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노력을 쉽게 비춰지게 한 점이 없지 않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겠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셰프는 밥도 못 먹으면서 일하지만 “즐거움이자 사명”이라며 행복해했다. 25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선보이며, 매일 만석으로 운영하는데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있다. 오후 4시쯤 넘어서 뭘 먹으면 체한 느낌이 든다. 초특급 호텔에서는 실수가 있을 수 없으니까. 항상 긴장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한 것”이라며 “축구선수가 집에 가서도 축구하느냐. 나도 집에 가면 전혀 요리를 안 한다. 모든 요리를 존중해서 가리지는 않지만, 정말 맛이 없으면 화가 난다. 열심히 요리해도 간이 안 맞을 수는 있는데 ‘팔면 안 되겠다’ 싶은 음식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올해 목표는 좀 더 한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 인정을 받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대진미를 많이 먹은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시금치, 토마토 등 재료 하나도 고민해서 고른 게 고객들에게 오롯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최종 목표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거다. 많이 고민하고 제대로 아는 사람들과 모여서 다음 세대에 지식을 나눌 수 있으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할 것 같다. 요리학교를 만드는게 아니다. 농부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어떤 시기에 어떤 작물을 먹는 게 좋은지 알고 요리해야 한다. 외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진 후계자를 양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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