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에쓰오일 등 정유사 연간 영업익 반토막
김동현 기자 =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며 정유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엔 국제유가·정제마진 상승으로 실적 호조세를 보였지만 올 4분기에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전년대비 큰 폭 하락한 것도 문제다. 상반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정제마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연간 실적은 전년대비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17센트 내린 68.6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9월27일 93.68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2.73센트 내린 배럴당 73.52달러, 두바이유는 74.98달러 수준이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2달 연속 하락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자발적인 감산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원유 생산 증가 등으로 내년에도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가격 하락 원인이다.
정유업계는 난감한 입장이다. 3분기에 90달러를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으로 하락한 만큼 3분기에 구매한 석유 제품의 경우 원가보다 더 저렴한 상황에 판매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유사, 4Q·연간 영업익 반토막 예상
당장 4분기 실적부터 큰 폭 줄어들 조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 수 3곳 이상이 예상한 SK이노베이션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7434억원이다. 이는 전분기 1조3532억원 대비 45.06% 감소했다.
에쓰오일도 올 4분기 4753억원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 정제마진 호조세에 힘입어 전분기에 858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실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연간 실적 하락세는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정제마진 호조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에 대한 기저효과, 올해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변동성에 따른 실적 하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실적을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연간 실적으로 매출 77조4898억원, 영업이익 2조300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0,73%, 41.27% 감소할 것으로 예상치가 나왔다.
에쓰오일은 올해 실적으로 매출 35조6903억원, 영업이익 1조8848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92%, 44.65% 감소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전년대비 큰 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올 4분기 실적 전망이 더 어둡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