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유일"…파킨슨·알츠하이머 통합치료하는 '이곳'[메디컬센터]
"세상에 유일"…파킨슨·알츠하이머 통합치료하는 '이곳'[메디컬센터]
  • 뉴시스
  • 승인 2023.12.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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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
'세계유일' 파킨슨·알츠하이머 통합진료
진단부터 치료후 경과까지 원스톱 관리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백영미 기자 = "퇴행성 뇌 질환 중 약물 치료로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질환은 파킨슨병 밖에는 없습니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담당 의사의 처방에 따라 파킨슨병 약물의 용량과 용법을 철저하게 지켜 복용한다면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가 걸을 수 있게 되고, 잘 걷지 못하는 환자가 뛸 수 있게 됩니다."(정선주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 소장)

우리나라가 오는 2025년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인 가운데,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통합 진료하는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두 질환의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8년 10만5000여 명에서 2022년 12만여명으로 5년간 약 14% 증가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2018년 4만8000여 명에서 2022년 6만3000여 명으로 5년간 약 30% 늘어났다.

두 질환 모두 전조 증상 없이 천천히 나타나고,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전문의의 진단과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인지기능 장애, 수면 장애, 망상 등 중복되는 증상이 많아 정확하게 진단하고 통합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몸이 경직되고, 떨리고, 뻣뻣해지고, 느려지고, 자세가 불안정해진다. 신체적 증상 외에도 수면장애, 정신기능 이상, 감각 이상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다른 뇌 질환에 비해 약물 치료 효과가 뛰어나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또 뇌 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 중인 뇌질환에 속해 지속적으로 신약이 개발되고 있어 ‘희망적인 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 등의 독성 물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으로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 저하, 지남력(指南力·오늘 날짜, 현재 시각, 본인이 있는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로 치료하는데, 최근 이 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뇌 조직 내에서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항체 치료제가 미국에서 승인돼 곧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에서는 환자의 증상에 맞춰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병리과, 정형외과 등 11개 진료과 의료진이 협진해 진단부터 검사, 치료, 치료 후 경과 관찰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하며 치료의 완결성과 환자의 편익을 높이고 있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은 인지기능 장애, 환시, 망상, 우울, 수면 장애 등 중복되는 증상이 많아 파킨슨병 환자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클리닉을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파킨슨병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센터 안에 ▲이상운동질환 클리닉 ▲보톡스 클리닉 ▲뇌심부자극술 클리닉 등 세부 클리닉을 운영하며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상운동질환 클리닉에서는 파킨슨병, 수전증, 보행장애, 근긴장이상증 등 이상운동질환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환자별로 치료한다. 보톡스 클리닉에서는 이상운동질환 중 국소적으로 근긴장이상증이 있는 환자 등 보톡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담당한다. 보톡스 주사 치료는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으로 신경근접합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 수축을 완화시킨다.

뇌심부자극술 클리닉에서는 뇌심부자극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선별하고, 수술 후 환자들의 증상에 맞춰 기기와 약물을 조절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오랜 약물치료로 약물에 대한 효과가 감소되고, 합병증이 심한 경우 시행되는 치료법이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 소장(신경과 교수)은 "뇌심부자극술은 기계를 피하조직에 장착하고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담창구나 시상하핵에 전기 자극을 줘서 운동 증상을 개선시킨다"며 "전반적으로 파킨슨병 운동 증상과 운동 합병증을 75% 정도 향상시켜 적절한 환자가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경우 삶의 질이 많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의사다. 한 달 평균 진료하는 파킨슨병 환자가 1000여 명에 달한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 원인과 치료와 관련된 세계적인 연구 성과들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2021년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원인임을 밝혀내 주목 받았다. 지난 4월에는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첫 발견하는 데 성공해 개인별 맞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뇌은행과 협력해 뇌질환의 정확한 발병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관련 분야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1회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 심포지엄’을 열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의 최신 지견과 미래 치료법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정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는 단순히 증상을 조절하는 것 뿐 아니라 진단 후 생애 전 주기에 걸쳐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세밀하게 진찰하고 치료하는 환자별 맞춤 치료를 구현하고 있다”면서 “고령화로 인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진료와 연구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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