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92조 적자날 텐데…연내 재정준칙 도입 좌절
내년 나라살림 92조 적자날 텐데…연내 재정준칙 도입 좌절
  • 뉴시스
  • 승인 2023.12.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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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가채무 1195조8000억원…61.4조 늘어
관리수지 적자 -3.9%…재정준칙 기준 못 미쳐
올해 정기국회서 재정준칙 논의 0…폐기 기로
최동준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주 기자 = 내년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올해보다 33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9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재정 지출에 '브레이크'를 걸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연내 도입은 끝내 좌절됐다.

30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656조6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8%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산 역시 정부가 처음에 짠 규모보다 3000억원 축소되면서 2년 연속 '순감' 예산이 확정됐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은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가채무는 1195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는 61조4000억원 늘어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0%로 올해보다 0.6%포인트(p) 상승하게 된다.

내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규모는 44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1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또한 올해보다 33조4000억원 늘어난 91조6000억원으로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보다는 재정 건전성이 강화됐지만, 스스로 정한 '재정 가이드라인' 기준에는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비율 한도를 -2%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9%인 점을 고려하면 재정준칙 기준에는 어긋나는 셈이다.

새 정부 재정준칙안과 기존 정부안 비교.

매년 나랏빚은 늘어나고 나라 살림은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재정준칙 도입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도 국회에서 찬밥 신세에 머물렀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5월 재정준칙이 일반화된 유럽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며 프랑스·스페인·독일 출장을 다녀왔지만, 막상 올해 정기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재정준칙을 다루지 않고 뒷전으로 미뤄뒀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43개 안건 중 39번째로 올려놨지만, 논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추가 회의는 잡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재정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추진한 재정준칙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재정준칙 연내 법제화는 물 건너가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추가 논의 또한 힘들 거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이 법제화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되고 다음 국회 때 다시 발의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정부 몫으로 남게 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 계속 찾아가서 여야 의원들에게 재정준칙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 전까지 법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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