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60명뿐, 희귀질환 내 아들"…엄마, 희망을 갖다[인터뷰]
"세상에 60명뿐, 희귀질환 내 아들"…엄마, 희망을 갖다[인터뷰]
  • 미디어데일
  • 승인 2024.01.0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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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4개월 '스미스킹스모어증후군' 진단
좀 더디지만 자신의 속도로 건강하게 성장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아이·부모 큰 버팀목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 '솔솔바람' 환아가 자신이 쓴 메모지를 붙이고 있다. 

 백영미 기자 = 7살배기 아들 우람(가명)이 엄마 김민주(가명)씨는 새해 '특별한 소원'이 있다. 우람이의 몸과 마음이 "그저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이다. 보통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건강이지만 우람이는 세계에서 60명(국내 4명 추정)정도 뿐인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특별한 아이여서다.

우람이가 앓고 있는 '스미스-킹스모어 증후군(SKS)'은 엠토르(MTOR)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 발달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엠토르 유전자가 온 몸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지적장애, 발작,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언어발달 지연, 암 발현 등 다양한 증상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 지 예측불허다. 환자 수도 워낙 적다 보니 치료제도 없다. 증상에 따라 대처하는 대증요법이 사실상 전부다.

게다가 우람이는 김씨가 40대 초반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유일한 자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도 힘든 절망이지만, 김씨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고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진단을 받았을 당시 지구가 멸망한 것 같이 슬펐지만, 이내 남편과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였다"면서 "재활과 치료에 힘써 5살이었던 지난해 엄마, 아빠만 말할 줄 알았고 기저귀도 떼지 못했던 아이가 언어도 정상에 가깝게 발달했고 아주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질환의 특성상 불안하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의료진이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씨는 "지금 이 순간 아이가 크는 것을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뭘 해줘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 "솔솔바람(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을 통해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해 상담 받고 부모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재에 집중해서 살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스미스-킹스모어 증후군 진단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 보신다면요.

"진단 받은 후 사흘간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그 땐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곁에 있던 남편이 워낙 든든했고, 힘들었지만 저나 남편 모두 아이의 질환을 빨리 받아들였습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진단을 받은 후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요

"환자 수가 워낙 적다보니 성인이 된 아이가 없었어요.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 지 알 수 없어 불안했습니다. 생후 24개월에 진단받기 전인 그해 10월 국내에서는 을지대에서 나온 연구 논문이 하나 있었을 뿐이었죠. 아이는 엠토르 유전자 돌연변이로 과성장하는 타입에 속했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알 수가 없어 난감했습니다."

-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부터 쉽지 않으셨겠네요.

"국내 환자 수가 너무 적어 의료진도 생소한 질환이다 보니 스스로 공부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미국 스미스-킹스모어증후군재단에서 의료진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국어로 된 안내문을 요청해 받았습니다. 국내에 질병코드 조차 없어 제가 보건복지부에 희귀질환 질병코드 신설을 요청했고, 허가를 받아 질병코드도 나왔습니다.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정보를 축적해 나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장 힘드셨던 점은 무엇인가요?

"질환의 특성상 대근육·소근육 발달이 많이 늦다보니 아이가 32개월에 걸었고 5살이 되어서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신체적인 발달이 워낙 늦다 보니 정서적인 측면, 가령 예민하고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도 관리해 줘야 하고요. 지금은 언어발달이 정상 범주에 들어갔는데, 말이 늦게 트였다 보니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았습니다. 컨디션부터 전반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거죠. 또 아이가 과성장으로 127cm에 27kg으로 몸집이 크다 보니 걷기 전까지 유모차를 탔거든요. '다 큰 아이가 왜 거기 앉아 있냐'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무너질 때도 있었습니다."

-희귀 질환을 치료하려면 경제적 부담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저희 아이도 센터를 다니는 비용에 치료비까지 하면 월 평균 300만 원 정도는 필요해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한 달에 14만 원 정도 바우처를 지원 받았었는데요. 최근 건보료가 오르면서 끊겼습니다. 최소한의 복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라지니까 이민을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희귀질환 아이들은 평생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만큼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가 아이들에게 더 큰 힘이 돼 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완화의료팀에서 치료 중인 환아들의 그림이 전시된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운영 부스. 

-아이가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몰라 걱정이 크실 것 같습니다.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일반 아이들은 감기를 앓지만 우리 아이는 폐렴으로 넘어갑니다. 아프면 일주일에서 열흘간은 아무것도 못하는데요. 문제는 아파서 치료받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가 건강해지려고 센터를 다니면서 들인 노력과 시간들을 뒤로 돌려야 한다는 겁니다. 근육이 빠져버린다던가 소근육이 둔해지는 식으로 퇴행하거든요.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100배 더 노력해야 하는데, 아파서 못하면 더 많이 노력해서 다시 그 지점까지 가야 하는 것이죠."

-아이는 현재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요?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과성장으로 서울대병원에서 뇌실을 수술했고, 편도와 아데노이드도 워낙 커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서울대병원 신경과, 신경외과, 암 희귀질환 유전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9개과를 돌면서 추적관찰 중이고요. 불안감이 컸는데요. 소아청소년과 완화의료팀의 도움으로 현재에 집중해서 살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질병의 치료는 물론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 과정에서 받는 통증, 호흡곤란과 같은 여러 증상과 불편, 스트레스 등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어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한 통합 의료 서비스다. '솔솔바람'은 소아암과 소아신장 분야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소아청소년 분야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 암 분야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전담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원팀으로 근무 중이다.

-솔솔바람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나요?

"아이가 아침에 콜록콜록 하다가 폐렴이 심해져 밤에 거의 숨이 넘어갈 뻔한 적이 아주 많았어요. 갑자기 응급실을 찾아가야 할 때나, 돌발상황이 벌어졌을 때 언제든지 도와주셨습니다. 아이가 돌발행동이나 문제행동을 했을 때 발달 과정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안내해 주시고요. 아이가 세 돌이었을 때 기관지 등이 너무 많이 아파 한 해 무려 111회 입원한 적도 있었는데요. 아이의 상태가 어떻고, 경과가 어떻고, 어떤 치료가 왜 필요한지 상세히 얘기해 주셔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올해 7살이 됐는데, 건강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주신거죠."

-아이와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신가요?

"43살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어렵게 낳은 후 산후 우울증이 심하게 왔는데요. 예민해지고 불안이 증폭돼 부모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미술치료를 받고요. 이런 프로그램이 연간 10회 정도 무료로 제공됩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를 온전히 눈에 담고 키울 수 있는 힘을 키웠습니다. 아이도 미술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이 열렸고 자신감도 얻어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해 바라시는 것이 있으시다면요.

"우선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애써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이가 31주 6일만에 태어난 이른둥이여서 중환자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한 달 정도 있었고 100일이 지난 후 자주 아팠는데요. 서울성모병원 정대철 교수님의 권유로 유전자 검사를 빨리 받아 진단도 빨리 받고 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 그거 하나면 됩니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나서 하고 싶은 일하고 살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건강하게 돌볼 수 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죠. 힘들 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놀고 가족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린이집도 자꾸 가고 싶다고 하고요. 5살 때 눈썰매를 처음 타봤는데요. 친구들과 같이 탄 것이 너무 좋았던지 끊임없이 얘기 하더라고요. 요즘엔 레고에도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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