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대로 신고 안하면 영업 막겠다"는 공정위…한미 통상 문제 번질까
"구글, 제대로 신고 안하면 영업 막겠다"는 공정위…한미 통상 문제 번질까
  • 뉴시스
  • 승인 2024.01.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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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박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부처에 전달한 '플랫폼 경쟁 촉진법(가칭)'의 사전 규제 기준이 공개되면서 국내 기업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업계 및 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이 제대로 매출을 신고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공정위는 "직권으로 해외 기업의 매출을 확인하겠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국가 간 통상 문제는 물론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전망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연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0.075% 이상이면서 이용자 수 750만명 이상' 또는 '연매출이 GDP의 0.025% 이상이면서 시장 점유율 75%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면 사전 규제하는 방안을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부처에 전달했다.

2022년 실질 GDP를 기준으로 공정위 기준을 적용하면 연매출 1조4700억원(이용자 수 750만명 이상)이거나 4920억원(시장점유율 75% 이상)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유튜브의 국내 이용자는 4000만명이 넘지만, 구글코리아의 2022년 매출은 3449억원으로 기재돼 있어 공정위 기준에 따르면 플랫폼 사전 규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추정한 구글의 한국 매출은 10조원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매출 신고제를 운영하고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기업은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는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매출을 직권으로 볼 수 없는 데다 구글코리아가 기재한 매출이 아닌 '회계상 매출'을 공정위가 확인하겠다는 것인지 공정위의 판단에 구글이 강력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통상 문제는 물론 구글이 국제 중재 분쟁 등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쟁법 전문가인 이황 고려대 교수는 "매출액 기준 등 회계 기준 문제는 (정부의) 조사 의지와는 다른 문제"라며 "이런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아 법적 분쟁이 빈번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교수는 "유럽처럼 플랫폼을 사전규제하려는 시도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우리의 첨단 플랫폼들을 유럽과 같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했다.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월간실사용자수(MAU)는 국내 1위 카카오톡을 조만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유튜브가 법적 분쟁을 이유로 규제를 피하고,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법망의 허점을 피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만 사전 규제를 받아 손발이 묶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래서 국내 기업만 죽이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며 "기존 법으로도 규제할 수 있음에도 소수의 기업만 지정해 사전 규제하면 국내 기업만 죽이고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지적은 공정위가 전문가로 구성해 운영한 TF는 물론 업계, 학계, 법조계, 소상공인협회 등에서도 나와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직구 앱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을 제치고 이용자 수 기준 쿠팡, 11번가에 이어 3위 종합 쇼핑몰앱에 올랐다.

알리, 테무, 쉬인까지 중국 직구 3개사를 합친 이용자 수는 1000만명에 달하고 2위 업체 11번가보다 높다.

지난 8일 국내 1500곳의 중소 플랫폼 판매자들로 구성된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해 결국 해외 공룡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오프라인 창업과 운영은 치솟는 폐업률로 5년 생존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18일 IT 스타트업 기업으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 역시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한다는 점, 향후 기업들의 투자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며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용자 수 2위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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