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통' 소아 1형 당뇨, 중증질환 인정 길 열릴까
'평생 고통' 소아 1형 당뇨, 중증질환 인정 길 열릴까
  • 뉴시스
  • 승인 2024.01.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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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일가족 사망에 환자 고통 수면 위로
"수년 간 젊은 나이에 사망한 환자 6명"
요양비→급여 및 중증·난치질환 인정 요구
정부 "2월 지원 확대…산정특례는 더 검토"
1형 당뇨병은 소아에게 주로 발병해 소아 당뇨로도 불린다. 충남 태안군에서 부부와 소아 당뇨를 앓던 9살 딸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소아 당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부는 소아 당뇨를 앓는 딸을 수 년간 치료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희 기자 = 태안에서 소아 1형 당뇨를 앓는 자녀를 기르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자 소아당뇨 환자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중증·난치질환 인정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도 보다 종합적인 부담 경감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뇨 환자단체는 최근 사망한 태안 일가족 외에도 최소 5명의 소아 1형 당뇨 환자가 어린 나이에 합병증이나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며 치료 지원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와 대한당뇨병연합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갑작스러운 극심한 저혈당, 혹은 고혈당과 합병증, 혹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지난 수년 간 사라져 간 젊은 당뇨병 환자가 양 기관의 회원들을 포함해서 최소 6명"이라며, "여전히 많은 아이와 가족들이 조절되지 않은 혈당과 사회적 인식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고통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단순히 요양비 지원을 추가하는 것만이 전체 문제해결은 아니다"라며 "왜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필요한지, 1형 당뇨병이 장애 질환으로 인정돼야 되는지, 부디 우리와 당뇨병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소아 1형 당뇨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고 조기에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급성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완치가 어려워 평생 관리해야 하며, 저혈당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정밀 인슐린펌프 등 기기가 필요해 경제적 부담도 따른다.

정부는 요양비 방식으로 소아 1형 당뇨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요양비는 전문의 처방을 받은 후 직접 의료기기와 치료재료를 구입한 뒤 거래명세서와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첨부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야 일정비율의 금액을 환급 받는 제도다.

그러나 소아 1형 당뇨 환자 단체들은 요양비 제도는 절차와 청구 방식이 복잡해 수급률이 낮고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전문의약품과 같이 환자가 본인부담금만 내고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요양급여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 표지석.

복지부는 태안 일가족 사망에 이례적으로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당초 3월 말 시행 예정이던 소아당뇨 관리기기 부담 완화 정책을 한 달 앞당겨 2월 말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월 말부터는 19세 미만 환자가 가장 고기능인 복합폐쇄회로형 인슐린펌프를 구입할 때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부담금은 381만원에서 45만원 수준으로 완화된다. 월 19만원 수준인 연속혈당 측정기 부담은 월 10만원 수준으로 인하된다. 1형 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인슐린펌프 관련 교육을 처방 시 의사 교육을 6회에서 8회로, 간호사 환자 사용 교육을 8회에서 12회로 늘린다.

다만 요양비를 요양급여로 전환하거나 소아당뇨를 중증질환으로 인정해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는 심장·뇌수술 30일, 암 등은 5년 등 치료기간을 한정해 적용하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소아 1형 당뇨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의 조기 시행으로 소아당뇨의 의료비 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시행 후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의 의료비 부담 완화 효과와 치료기간을 특정해 운영하는 산정특례제도 취지를 고려해 지정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소아당뇨환자와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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