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중·양안 긴장 고조…北 잦은 도발·中 한국수출 통제 우려"
전문가 "미중·양안 긴장 고조…北 잦은 도발·中 한국수출 통제 우려"
  • 뉴시스
  • 승인 2024.0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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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라이칭더 총통 당선…민진당 12년 집권
 대만 집권여당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13일 대만 타이페이시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변해정 기자 = '친(親)미국·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대만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산업 환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대만을 무대로 미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어서다.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차이잉원 정부 8년간 계속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은 물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대립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그간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양안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위협을 가해왔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이 강화되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이용해 대중국 억지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협력을 더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 북한이 양안 갈등을 기회 삼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어 안보 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만 총통 선거 다음날인 14일 오후 2시55분께 북한은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세부 제원은 분석 중으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IRBM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당분간 중국과 대만 간 갈등 수위가 고조될 수밖에 없고 양안 관계의 불확실성 증대로 한중 관계의 불안 요인도 커졌다"며 "이를 활용해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려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빈번해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면 미국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되고 이 틈을 이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판할 우려가 있다"면서 "북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 입장에서 양안 갈등 증폭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며 한중 관계의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 봉쇄에 나선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만 담강대 창우에 교수는 대선 직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경제적 강압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고,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도 "중국은 경제적 면에서 어떠한 제재가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터리와 반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을 틀어쥔 중국이 미중 갈등과 맞물려 한국에도 수출 통제의 압박을 가할 수 있어 전략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중국이 반발 수위를 고심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독일마셜펀드의 대만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에 극단적 조치를 취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양안 관계의 불확실성 확대로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갈등이 커지더라도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이 관여하는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미국과 사전에 깊은 논의를 하는 동시에 한중 관계 회복의 출구를 서둘러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미,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한·중 관계의 변화를 모색할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으로 신중하고 절제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기존 대중 외교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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