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웰 다잉' 논의 시작해야 할 때
[기자수첩]'웰 다잉' 논의 시작해야 할 때
  • 미디어데일
  • 승인 2024.01.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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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무서 기자 = 말로만 듣던 '초고령사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노인 인구는 올해 중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70대 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서는 등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할수록 노후에 영향을 받는 인구도 당연히 증가한다. 보건복지 분야 한 전문가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인구와 이들을 부양할 자녀 인구를 더하면 이미 인구 절반이 당면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인구는 1395만 명, 이들의 자녀 세대로 볼 수 있는 40~50대 인구는 1662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9.6%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개개인의 죽음에 대한 준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214만 명,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자는 33만 명에 불과하다.

가족 등 보호자들도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구성원이 생기면 그제서야 비상이 걸린다. 지난해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50%가 부모님이나 피돌봄자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입원·입소시켰다.

요양병원·시설을 이용할 경제적 능력이 안 되거나 장기간 이용으로 한계에 부딪히면 극단적인 경우 '간병 살인'까지 발생한다.

정부는 시설 중심 돌봄에서 재가 중심 돌봄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지만 여전히 하루 중 일부 시간만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간병 지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사적 간병비는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했지만 10여년이 된 현재까지도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요양병원 간병 지원은 10개소에 한해 올해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단계다.

화장시설은 또 어떤가.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가족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4일장을 치르고,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은 작년에야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아직 구체적인 제도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안락사의 경우 시기와 조사 주체는 다르지만 여론조사마다 70~80%의 동의율을 기록해 일정 규모의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 관련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령화를 막을 수 없다면 존엄성을 지키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웰 다잉'에 대한 논의가 가정, 지자체, 정부 등 전 사회적으로 더 활성화 돼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1년 앞둔 갑진년이 웰 다잉 논의가 활성화되는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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