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잃은 클린스만…정몽규 회장 결단만 남았다
국민 신뢰 잃은 클린스만…정몽규 회장 결단만 남았다
  • 뉴시스
  • 승인 2024.02.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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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소홀·요르단전 완패에도 미소
전술 부족 인정 안 하고 선수들 갈등 탓
클린스만 데려온 정몽규 퇴진 여론 거세
전력강화위, 축구협회에 '경질' 의견 전달
16일 정몽규 회장 참석 임원 회의 개최
김명년 기자 =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 4-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클린스만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경남 기자 = 선수단 내부 갈등을 진화하지 못하고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실패해 국민 신뢰를 잃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끝내 경질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결단만 남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 토마스 뮐러)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 등 현안을 논의한 끝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뜻을 모았다.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기간 전술 준비가 부족했고, 다양한 선수 발굴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팀 내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팀 규율 등 기준 제시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이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에 나선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축구에서 그간 대표팀 감독은 내용과 결과로 이슈가 됐는데, 근무 태도가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안 된다는 비판을 내놓는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근수 기자 =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권고했다. 사진은 지난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모습

그러면서 "짧은 국내 체류 기간 등 근무 태도도 국민을 무시한 것 같다. 그리고 여러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고, 회복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했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간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는데, 강화위의 지적엔 수긍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7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졸전 끝에 0-2로 져 64년 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한 뒤 8일 빈손으로 귀국했다.

역대급 전력에도 최악의 경기력으로 일관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경질론이 거세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보이며 "아시안컵 4강은 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1년 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거주 약속을 저버린 채 미국과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초반부터 논란이 됐다.

 조성우 기자 = 황보관 한국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거취 논의를 위해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종료 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내 거주가 소홀했다는 지적에는 "대표팀 감독과 클럽 감독의 업무 방식은 다르다"며 핑계를 댔다. 또 요르단전 완패 뒤에도 분한 선수들의 표정과 달리 미소를 짓는 등 국내 정서와는 맞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선수단 내부 갈등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손흥민(토트넘) 등 베테랑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젊은 선수들이 충돌한 사실을 알고도 구경만 했다.

그러고선 이날 전력강화위에는 요르단전 패배가 자신의 전술 부족이 아닌 선수들 다툼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강행했던 정몽규 회장을 향한 퇴진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강화위원회가 열린 이날 축구회관 앞에선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전력강화위가 클린스만 경질로 뜻을 모으면서 이제 정몽규 회장의 결단만 남게 됐다.

전력강화위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과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감독 경질을 직접 결정할 권한이 없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로비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경기인 출신 임원 회의에 이어 전력강화위에서도 '사령탑 교체'에 무게가 실리면서 경질은 불가피해졌다.

거액의 위약금 등 넘어야할 산이 남았지만, 정 회장도 클린스만 경질 여론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축구협회도 속도를 냈다. 전력강화위의 보고가 올라가자마자 하루 뒤인 16일 임원회의를 긴급 개최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아시안컵이 끝난 뒤 처음으로 정 회장이 참석해 클린스만 경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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