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가이드라인' 만든 정부…'강제성 필요' 목소리도
공사비 갈등에 '가이드라인' 만든 정부…'강제성 필요' 목소리도
  • 뉴시스
  • 승인 2024.02.1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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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규제 대못은 풀었는데
공사비 분쟁이 도심 주택공급 장애요인으로
물가변동 등 반영 '표준공사계약서' 배포
조율 기준은 되겠지만 강제성 없어 한계
"조합에 전문지식 지원해 갈등 사전 예방해야"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이예슬 기자 = 고금리, 자잿값 상승 등에 정비사업 현장 여러 곳에서 공사비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공사비로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많아지면 정부가 규제를 풀어 재건축·재개발을 장려하더라도 도심 주택 공급이 늦어지게 된다.

이에 정부는 최근 공사비 산출근거 명확화, 공사비의 조정기준 마련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했지만 이미 갈등이 충돌한 상황에서 법적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란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특히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현실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 동안 공사비 조정에 건설공사 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적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을 활용하도록 한다.

상당수의 정비사업이 총액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재 가격 등이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형성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최근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잿값이 폭등했다면 이 항목 때문에 공사장이 멈추곤 한다. 사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는 특정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물가를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기에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지만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표준계약서 활용을 요구하면 실무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정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시간단축에 달려있다. 공사를 멈춘 채 시간이 흘러봤자 막대한 금융비용만 추가될 뿐 뾰족한 수가 없고, 시공사 교체를 한다고 하더라도 적은 공사비로 집을 지어줄 건설사를 찾기도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표준계약서가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함으로써 분쟁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집값 급등기 도입됐던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정부가 대폭 완화하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규제 대못보다는 공사비를 둘러싼 정비사업 분쟁이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 될 전망이다. 조합 등이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19년 2건에서 2022년 32건으로 16배나 늘었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사비 분쟁이 발생한 사업에 대해서는 공공에서 조정 전문가를 파견해 공사비 검증 역할을 강화하는 등 사업이 장기간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장기적으로 조합에 대한 건축 설계 지원과 관리 강화 등을 통해 공사비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조합은 일반적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과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축 설계안이 부적합하거나 완성도가 낮은 문제가 나타나고, 이에 기초해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향후 갈등 및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조합에 설계비용을 지원하고 적격 설계업체의 선정, 구체적인 과업 내용 명시 등을 통해 도급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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