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순직할 지경"…'최전선' 응급실 의사들 지쳐간다
"이러다 순직할 지경"…'최전선' 응급실 의사들 지쳐간다
  • 뉴시스
  • 승인 2024.02.28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주부터 2차병원 환자 3차병원 몰리기 시작
"응급실 파행되는 순간 의료체계 무너져 버텨"
황준선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

백영미 기자 =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현장의 최전선'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이번주가 큰 고비"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와 교수들은 응급 수술 등 긴급한 수술 위주로 대응하고, 상대적으로 덜 위급한 수술의 경우 연기하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외래진료와 함께 상처 처지,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까지 챙겨야 하다보니 업무강도가 기존보다 배 이상 세졌다.

특히 2차병원(종합병원)으로 몰렸던 환자들이 이번주부터 3차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오기 시작하면서 응급실 파행 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는 "전공의 부족으로 3차 병원으로 오던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몰렸는데, 이제 2차 병원 중 중증환자를 어느 정도 진료해줄 수 있는 병원들도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주부터 3차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릴텐데 대부분 병원들이 축소 운영 중이여서 이번주부터 남은 의료진들이 정말 큰 고비를 맞을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에 찬성해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이 파행되는 순간 의료체계가 무너져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중 하나인 외과 의사들도 한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외과 교수는 "외과 전공의가 빠져나간 것도 있지만 수술에 꼭 필요한 마취과 전공의가 없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연기가 가능한 수술을 미루고 있는데 나중에 일시에 몰려버리면 외과 교수들이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인력과 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환자를 전원보낼 병원도 없다보니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조용수 전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SNS에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응급의학과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코로나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제 몸이 갈려 나간다"고 말했다.

또 "실상은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일 따름"이라면서 "총이든, 펜이든 얼른 꺼내달라. 이러다 저는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고 밝혔다.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진료보조인력(PA)간호사도 길어진 연속 근무 등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임상전담간호사(CPN)로도 불린다. 주로 전공의들이 부족한 기피과에서 의사 대신 봉합, 절개, 처방 등을 한다.
 
전북대병원의 15년차 간호사는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다 보니 수술환자의 감염이나 출혈 여부 등을 살펴보고 처치하는 업무 등의 일부를 PA 간호사들이 대신하고 있다"면서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다 보니 전체 환자의 숫자는 줄었지만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