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 청도서 '달집 태웠다'…4월 베니스비엔날레서 '버닝'
이배, 청도서 '달집 태웠다'…4월 베니스비엔날레서 '버닝'
  • 뉴시스
  • 승인 2024.02.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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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jip Teugi ritual in Cheongdo, South Korea, organised on occasion of the exhibition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Collateral event of the 60th Biennale di Venezia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경북 청도 출신 세계적인 작가 이배의 '달집태우기'가 24일 경북 청도에서 진행됐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연계 부대 전시로 초청된 작품의 시작이다.

작가는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소원을 모아 전통 한지 조각에 옮겨 적고 달집에 묶어 함께 태웠다.  달집에 불이 붙는 순간부터 불길이 달빛 밤하늘 높이 타오르다가 다음 날 아침 숯만 남는 순간까지, 이 과정을 담은 영상은 비디오 설치작 '버닝(Burning)'이 되어 이탈리아 베니스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전시 기간 동안 상영될 예정이다. 4월17일 프리뷰를 열고 20일부터 11월24일까지 선보인다.

이배 '달집태우기'  Daljip Teugi ritual in Cheongdo, South Korea, organised on occasion of the exhibition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Collateral event of the 60th Biennale di Venezia 

이배의 '달집 태우기'는 지역적인 것(local)과 세계적인 것(global)을 잇는 참여와 연결로 해석하며 전통을 통해 현시대 얽힌 인간사를 재조명한다.

청도는 해마다 정월(첫달), 즉 첫 보름이 뜨는1월 15일에 주민들이 모여 ‘달집태우기’ 민속 의례를 지켜왔다. 마을 단위로 행해지던 세시풍습 달집태우기는 청솔가지 (푸른 잎 소나무)를 베어다 세우고 가가호호에서 모아온 짚단을 그 주위에 새끼줄로 붙들어 매어 불을 지피는데, 그 노적-원추형 나뭇더미가 달막(月幕)을 닮았다고 하여 ‘달집’이라 부른다.

달이 잘 보이는 곳에 달집을 짓고 소원이 적힌 한지 조각을 묶는다. 동네 축제답게 온종일 풍물패가 돌며 풍악을 올린다. 해가 저물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고 달이 뜨면 마침내 불을 붙여 송액영복과 풍년을 빈다. 다음날 아침, 불에 타고 남은 숯 조각은 간직하여 가정에 좋은 기운을 모시기도 하고, 그 숯으로 차를 달여 마시면 임부의 기운이 회복된다는 구전 풍습도 전해진다.

Daljip Teugi ritual in Cheongdo, South Korea, organised on occasion of the exhibition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Collateral event of the 60th Biennale di Venezia

이 전시를 기획한 발렌티나 부찌 큐레이터는 "자연과 문화 양자가 얽혀 온전한 전체, 하나가 되는 것. 경북 청도라는 지역성과 그 의례의식에서 떠오른 이배의 달과 숯은 지구 반대편에서 글로벌 참여(methexis)를 비춰낼 것"이라며 "그 숯에서 피어난 상상력과 영혼의 불꽃과 함께 빌모트 파운데이션의 전시 공간은 온전한 거함과 머무름의 공간을 향한 인류의 공통된 희망이 담긴 달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숯 작가'로 유명한 이배 작가는 30여년 동안 ‘숯’이라는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1990년 도불 이후 서양 미술재료 대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재료인 숯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작가는 숯이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태생적 관념 위에 작가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을 더하여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업으로 확장시켜 왔다. 그는 숯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달집태우기에서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 안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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