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개 대학 "의대 2배 증원 신청"…최대 3배 고려 중인 곳도
[단독]7개 대학 "의대 2배 증원 신청"…최대 3배 고려 중인 곳도
  • 뉴시스
  • 승인 2024.03.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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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운영 40개교 중 16개교서 "증원 방침"
경상국립대·경북대 2.5배 등 국립대 적극적
일부 서울 사립대, 지난해 수준 신청 움직임
의료계 반발에도 학생 감소 속 포기 어려워
의대생, 교수들 반발 살라…연휴까지 정중동
황준선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

사회정책부·사건팀, 정리 김정현 기자 = 정부가 오는 4일 제출을 요청한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수요조사에 대학 7곳이 현재의 2배에 이르는 정원 신청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 학장들이 요구하고 있는 '350명'도 이미 넘겼다.

의대 5곳 중 2곳 꼴로 내부적으로 증원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대학들도 연휴를 반납하고 의대 측과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뉴시스가 의대를 운영 중인 전국 40개 대학들을 취재한 결과, 지난달 29일까지 7개 대학에서 적게는 현재의 35%에서 많게는 3배까지 증원해 달라는 입장을 오는 4일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7개교의 증원 규모를 합하면 479명~639명이다. 해당 대학들의 현재 의대 정원(517명) 2배 안팎이다.

지방에 소재한 거점국립대와 일부 사립대에서는 지금 의대 정원 대비 많게는 3배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소규모(현재 40~80명) 의대,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과 공공의료를 맡을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에 나서겠다는 정부 기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는 현재 76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까지 늘려 신청할 방침이다. 지역인재 선발전형으로 입학정원의 80%를 선발하며, 우주항공 산업에 특화한 지역 산업과 연계해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이번에 증원하면 내년에 또 늘릴 수 있겠나"라며 "정부에서 교육 여건을 마련해주면 내년 바로 200명을 뽑고, 그렇지 않아도 정원을 받아 놓고 입학유보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수정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경북 경산시 사립 대구가톨릭대도 40명인 정원을 80~100명 사이로 늘리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의대와 함께 협의를 해서 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구 경북대는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요구한 것보다 2~3배 많은 정원을 증원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110명을 250~300명까지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의과학자 양성과 경북 북부 권역의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사 양성 규모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과거 졸업정원제 시기에는 현재보다 많은 인원을 가르쳤다"고 적극적 증원 의지를 보였다.

다만 경북대는 대학 본부의 이 같은 대규모 증원 계획을 두고 의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 조선대(현재 125명)도 증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전의 을지대도 40명 정원을 최소 6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110명)는 2배 증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대체로 지난해 11월 수요조사 당시 제출했던 수준 내지는 의료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증원을 요구하겠다는 기류다.

경기 아주대는 지난해 제출했던 수준에서 증원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현재 40명인 정원을 110~150명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학명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서울 A사립대도 30명 증원을 신청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오는 4일까지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을 최대한 설득할 방침이다.

황준선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확대 규탄 선전물이 게시돼 있다. 

이외에도 규모를 정하진 않고 있지만 "증원에 무게를 싣고 검토 중"이라는 취지로 답한 대학까지 합하면 16개교로, 전체 의대 40개 중 40%에 이른다.

이처럼 다수의 대학이 의대 증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엔 3058명으로 19년 간 동결된 정원을 늘릴 기회가 더는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증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병원 확장,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들도 상당수 있다.

10여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규제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등록금이 가장 높고 우수 신입생 모집도 수월한 의대 증원을 포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소극적인 대학들 역시 정부의 국고 재정에 의존하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오는 4일까지 답을 달라는 정부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증원 규모를 적극적으로 밝힌 대학에서는 추후 의대 교수 및 학생들의 반발이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에 이은 2차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의대 학장들이 참여하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1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현재의 11.4%인 350명 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오는 4일로 예정된 수요조사 제출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요구하기도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일 전국 40개 중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내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수요를 제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대학에서는 여전히 많은 의대생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해 둔 채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28일 제출된 의대생 휴학계는 누적 1만3698건으로 전체 의대생 72.9%다. 학칙상 유효한 휴학계도 5056명으로 의대생 4명 중 1명 꼴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21일 발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40개 의대는 2030년까지 최대 3959명의 정원을 늘리는 것을 희망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학들은 연휴 동안 내부 설득과 의·정갈등의 추이, 다른 대학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마지막 날인 4일 제출 여부와 증원 규모를 정할 전망이다.

일부 제출을 거부하거나 증원을 원치 않는다고 답하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다. 서울 지역 B사립대는 "학장협회(KAMC)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증원 수요가 정부 목표치인 2000명을 넘을 수 있을 지, 대학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 여부는 제출 기한인 4일 오후가 돼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호남권 국립대 총장은 "의대 정원 논의는 대학 본부와 의대가 공동 구성하는 태스크포스(TF)에 맡겼다"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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