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집회 동원' 의혹…법조계 "강요죄 적용 가능할 듯"
'제약사 집회 동원' 의혹…법조계 "강요죄 적용 가능할 듯"
  • 뉴시스
  • 승인 2024.03.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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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대 '의사 총궐기 집회' 동원 의혹
경찰 "아직 신고는 없어…제보시 적극 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약사 영업맨은 필참"
의협 "지시한 적 없다…일부 일탈이나 매도"
법조계 "갑을관계 의한 강요죄 적용 충분해"
의료법 위반 분분 "경제적 이득 보기 어려워"
 홍효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선정 기자 =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총궐기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실제 강제 동원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강요죄 혐의는 적용될 수 있지만 의료법 위반 혐의는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아직 신고나 고발이 없었다"며 "제보가 들어온다면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전날(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개업의, 전공의 등 의사와 의대생 4만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총궐기 대회 하루 전인 지난 2일 일부 의사들이 제약사 직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글에는 "내가 영업하는 내과 원장이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영업사원)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에 참여할 듯"이라며 "뒤에서 지켜보면서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영업사원)에게 약을 다 밀어준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유사 사례가 있는지 첩보를 수집하는 단계에 있다. 혐의점이 발견되면 강요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검토 중이다.

우 본부장은 "의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약사 직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면 강요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확인되거나 관계 당국의 고소·고발이 있으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동원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해당 글 작성자를 고소·고발하겠다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비대위, 의협, 산하단체에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명백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일부 의사 회원의 일탈인지, 의사를 매도하기 위한 동기에서 올려진 것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년 기자 =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증원저지비상대책위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관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제약사 직원들에게 자발적인 동참을 넘어 약 구매를 조건으로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면 협박에 의한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진규 법무법인 파운더스 대표변호사는 뉴시스에 "강요죄는 타인에게 의무가 없는 행위를 하도록 강제했을 때 성립된다"며 "제약회사 직원에게 약을 빌미로 필참을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협박에 의한 강요죄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적으로 갑을관계에 놓여있는 제약사 관계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의료법 제23조5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 공급자에게 의약품 채택이나 거래 유지 등을 목적으로 금전, 편익,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의약품 구매를 조건으로 제약사 직원에게 집회 참석을 요구했다면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과,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는 "이 사안은 전형적인 리베이트 구조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의사들이 본건과 같이 지배적 구조를 이용해 약품의 성능과 성품을 명확히 판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선호관계 혹은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거래 관계 상대방에게 어떠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요구 관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리베이트 혐의 성립이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의료법의 경우 경제적 이득의 유무를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며 "리베이트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집회 참석이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강요죄의 경우에도 실제로 의사가 제약사 직원에게 집회 참석을 요구했다고 해도,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약회사 직원이 의사 측의 강요에 의해 집회 참석한 피해자라면 처벌 대상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 본부장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 의약품 공급자로서 약품 채택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사에게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약사법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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