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몰랐다?"…은행 배임·횡령에 내부통제 '구멍'
"이번에도 몰랐다?"…은행 배임·횡령에 내부통제 '구멍'
  • 뉴시스
  • 승인 2024.03.0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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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직원 110억 배임 혐의, 대출 계약서상 금액과 실거래액 차이
장기간 걸친 대규모 금융사고 반복, 업계 "서류 조작 등 바로 적발 어려워"

이정필 최홍 기자 = NH농협은행 영업점의 여신담당 직원이 5년간에 걸쳐 110억원에 달하는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은행에서 장기간에 걸친 배임과 횡령 등 대형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범행을 작정한 개인의 일탈을 막기는 어렵다는 업계 입장만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현장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여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최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배임 사고가 발생한 기간은 지난 2019년 3월25일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다. 해당 직원은 영업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4년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배임을 한 혐의를 받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차주의 매매계약서상 거래금액과 실거래금액이 상이한 점을 발견했다"며 "대출 금액의 과다 상정으로 추정돼 여신 취급자의 고의적인 의도 여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해당 직원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향후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 처리할 예정이다. 손실 예상금액은 아직 확정 전이다. 5년이란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대출 건수를 취급하면서 배임을 지속한 혐의를 받는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와 사고 규모 파악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은행권의 배임과 횡령 등 금융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에서 또다시 100억원이 넘는 배임이 발생하면서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구멍이 그대로라는 지적이 커진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이에 발맞춰 각사가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중복체크를 강화하고 있지만 개인의 일탈을 완벽히 막기란 어렵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업무의 담당 직원이 범행하기로 마음먹고 서류 조작 등으로 속이면 이를 일일이 적발해내는 게 사실상 어렵다"며 "돈을 다루는 업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아무리 감시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농협은행 배임 사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주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검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농협은행 현장검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이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금융업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 수는 200여명, 횡령액은 1850억여원에 이른다. 이 중 은행은 116명(56.6%), 1544억여원(83.5%)으로 전 업권에서 가장 큰 비중이다. 하지만 환수금은 139억여원으로 횡령액의 9% 수준에 그친다. 2022년 우리은행에서는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일어났고, 이듬해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액이 당초 500억원에서 3000억원대 규모로 불어난 바 있다.

배임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융권 임직원 84명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배임을 한 금액은 1014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은행은 24명(28.6%)이 업권에서 가장 큰 427억원(42.1%)의 배임 사고를 냈다. 환수금은 111억여원으로 배임액의 2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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