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 원칙과 "회의감" 분노 사이…의대 교수들, 어디로
"환자 곁" 원칙과 "회의감" 분노 사이…의대 교수들, 어디로
  • 뉴시스
  • 승인 2024.03.1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의교협 "14일부터 의대생 유급 결정될 시기"
일촉즉발 전공의 면허 취소도 교수들이 우려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집단행동 돌입할 가능성도
정부, 강대강 대치…교육부, 의대생과 대화 아직
황준선 기자 = 지난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왼쪽)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결의하진 않았지만 이번 주 병원·대학별 집단행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교수들은 오는 14일부터 의대생의 집단 유급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의 면허정지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가진 총회에서 사직 등 집단행동 결의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연세대)은 총회 직후 뉴시스와 통화에서 집단사직을 결의하지 않았다면서 "기본 원칙은 '교수는 환자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설명은 의대 교수들이 놓인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환자를 돌보고 수업을 맡아야 하는 의대 교수들이 자발적 사직까지 이르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는 것이다.

김 회장은 "3월14일부터 4월초까지가 학생(의대생)들의 유급과 휴학이 결정되는 시기"라며 "(교수들 입장에서) 환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르칠 제자가 없는 상황이 된다면 가족이 없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나 학생들이 정말 사직이 결정되고 병원에 못 돌아오고 학생들이 (장기간) 휴학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이 정부에 대해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다음 주(14일 이후) 유급 등이 결정되는 부분이 있어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 닥치는 지 보고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년 기자 = 김창수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지난 9일 밤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전의교협 비상총회에서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4일이면 일부 의대에서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의 집단 유급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생 집단 휴학과 수업거부는 지난달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이날 만 3주째에 이르고 있다. 의대는 학사 일정을 2월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전날까지 학칙상 요건을 맞춘 휴학계가 5445건으로 전체 의대생의 29% 수준이라고 밝혔다. 요건에 맞지 않은 휴학 신청은 제외하고 집계한 터라 집단행동 규모는 이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대학들은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3월 중하순까지 개강을 추가로 연기했다. 개강이 미뤄지지 않았더라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개별 수업마다 휴강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교육부와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측은 아직 비공식적으로도 마주 앉지 못했다. 교육부는 대학 당국을 통해 정상적 학사 일정 복귀를 당부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 의대생들을 설득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들은 일촉즉발 상황인 전공의 면허취소도 우려한다. 정부는 이번 주까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칠 계획이다. 정부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복귀하는 경우 최대한 선처한다는 방침이다.

김종택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에 들어간 지난 5일 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일부 대학들은 3월 중순까지도 의대 개강연기를 이어가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정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 병원 전공의(1만2912명)의 근무 현황을 확인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은 총 1만1994명, 전체의 92.9%다. 이에 정부는 이날부터 4주 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파견한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대서울병원·고대안암병원 분당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최근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웹사이트를 열었다. 이들은 소속과 실명도 공개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수련병원 교수와 전문의 4196명, 기타 의원 및 병원 의료진 2286명 등 총 6482명이 시국선언문에 동의해 서명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전공의들과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비판적 의견 또한 수용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도 열려 있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이날부터 병원과 대학별로 개별적인 집단행동이 발생할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긴급총회를 연다. 단체 사직서 제출 등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