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전달체계, 이 참에 확 바꾸겠다'…어떻게 개편되나
정부 '의료전달체계, 이 참에 확 바꾸겠다'…어떻게 개편되나
  • 뉴시스
  • 승인 2024.03.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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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의료체계 비정상적' 역설적으로 보여줘"
"이번 상황 계기로 현행 의료전달체계 바꾸겠다"
상급병원 중증·응급 기능 강화…인센티브 구조 개편
전문병원 제도 전면 개편…"역량 있는 곳 보상 강화"
하반기부터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500억 지원"
 고승민 기자 = 의대 교수들까지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교수들을 대상으로도 의료법에 따른 각종 '명령'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수들 역시 집단행동을 준비하면서 갈등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성소의 이연희 기자 = 정부가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환자 중증도에 적합하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각급 의료기관이 중증도에 맞는 환자를 진료할 경우 기관과 환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도 개편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2차관은 "정부의 비상진료체계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중등증 이하의 환자와 경증 외래 수요는 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이 각각 감당하도록 운영하고 있다"며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동안 우리의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상황을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기능을, 종합병원은 중등증의 환자 진료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네 병의원의 경증 환자에 대한 예방과 건강관리 등 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각급 의료기관이 중증도에 맞는 환자를 진료할 경우 기관과 환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도 개편할 방침이다.

현재의 4단계 의료기관 종별 가산 수가제도도 필수의료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그 기준과 체계의 전면 개편도 검토한다.

박 2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료, 연구, 교육 기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 기관이 되도록 육성할 것"이라며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일환으로 1월부터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협력 진료 이용, 중증 진료 강화, 환자의 건강 결과,이용 경험 등 성과 보상을 적용해 의료행위량 보다는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보내는 동시에 회송된 환자가 근처에서 진료 받을 수 받을 수 있도록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3개 의료기관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2차급 병원의 기능과 역량을 높이기 위한 보상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 선도 모델로 각 지역의 의료 수요를 감안해 중진료권별 3~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전문 병원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역량이 있는 전문병원은 보상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박 2차관은 "현행의 전문병원 제도는 심장, 뇌, 수지접합 등 19개 질환 유형별로 운영하고 있고 현재 총 109개 전문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더라도 평균 3억원 수준의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평균 4000만원 수준의 전문병원 관리료 외에 별다른 지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전원해서 치료할 수 있는 특수, 고난이도 전문 병원을 특화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종민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고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과 지역 내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 2차관은 이와 관련해 "지금의 상호 경쟁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의료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환자가 언제 어디서나 제 때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네트워크 체계도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소아진료에 대해서도 소아진료 지역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상반기 내 조속히 시작할 계획이다. 박 2차관은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 진료에 대한 보상과 추가적인 수가 신설 등 인센티브를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시행한다.

박 2차관은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진료 협력 계획을 평가해 시범사업 기관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선정되면 권역별로 3년 간 최대 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에 부합하도록 병원 대상 평가와 규제도 혁신하기로 했다. 투입 지표 중심의 평가에서 성과와 질 중심의 평가로 개편하고 필수의료 기능을 잘 하는 의료기관이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 각종 평가 기준에도 응급, 외상,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 기능 여부를 신설하거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박 2차관은 "응급의료센터, 외상센터, 심뇌혈관센터 등으로 지정되거나 그 역량을 갖춰 권역 내에서 필수의료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환자 의뢰·회송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박 2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종이의뢰서 대신 시스템에 의한 의뢰를 활성화하는 등 환자 의뢰 제도 전반을 개편한다"며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에는 2차 병원의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바탕으로 오는 15일 의료전달체계 개편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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