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메꾸는 그들…전문의 중심 2차 병원의 '재발견'
'빈자리' 메꾸는 그들…전문의 중심 2차 병원의 '재발견'
  • 뉴시스
  • 승인 2024.03.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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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로 중소병원에 환자들 몰려
중형병원 "전문의 중심으로 정상 운영"
"사태 장기화로 중형 병원 피로도 한계"
권창회 기자 =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실에 병상 포화로 진료 불가 안내문이 걸려있다

송종호 기자 =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커졌지만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는 데는 2차 병원의 역할이 크다. 그동안 환자는 물론 의사들에게도 외면받아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중소병원의 재발견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은 중증질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또 중증도가 낮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 및 종합병원과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이 각각 2차와 1차로 분류된다.

2차 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곳은 이대서울병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삼육서울병원, 명지병원, 나은병원, 검단탑병원 등이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은 3월 들어 환자가 몰리고 있다. 이번 주에만 30명 넘는 환자가 새로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 집단 사직 이후 입원 환자가 크게 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병원들도 입원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위치가 서울이 아니라고 통화 중에 끊기는 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입원 문의가 계속된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원은 물로 신규 입원 문의도 많다"라고 귀띔했다.

2차 병원이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를 비켜 갈 수 있는 이유는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 구조 덕분이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3387곳 2차 병원 중 전공의 수련병원은 17%인 201곳이다. 나머지 83%는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인천의 한 종합병원은 전공의 4명이 사직했지만 진료와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병원에만 전문의 100명이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에 하루에 2~3건이던 뇌수술은 다섯 건으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의료 공백은 2차 병원에서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2차 병원도 한계치에 달하고 있다. 서울에서 한 종합병원응급실에서 만난 환자 보화자 A씨는 “갑자기 쓸러진 가족을 앰블런스에 태우고 5곳이 넘는 병원에 연락해 겨우 이곳에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 중인 '응급의료포털'에 따르면 16일 현재 은평성모병원 응급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재로 진료 불가한 상태다. 또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안과 진료가 불하다.

이처럼 최근 2차 병원도 수용 인원을 초과하면서 다시 3차 병원으로 향하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사태 초기에 2차 병원(종합병원)으로 몰렸던 환자들이 이달 초부터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오기 시작했다"며 "전공의들이 빠진 대형병원 등은 응급환자 대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2차 병원 중환자실이 이미 꽉 차 더 이상 환자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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