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반도체 추가 투자 나설까…인텔·TSMC와 '한판 경쟁'
삼성, 美 반도체 추가 투자 나설까…인텔·TSMC와 '한판 경쟁'
  • 뉴시스
  • 승인 2024.03.18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예상보다 많은 美 보조금…추가 투자 가능성 촉각
삼성, 업계 1위 도약 위한 '원 이어 원 뉴 팹 전략' 주목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공개한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6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테일러 공장 외에 2034년 이후 11개 공장을 추가 가동할 수 있다는 장기 프로젝트 계획을 당국에 제출한 바 있어 실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적게 투자하고도 더 받는 이유는?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173억달러를 투자하는데, 보조금이 60억달러로 미 상무부 기준치를 훌쩍 넘을 수 있다. 미 상무부가 밝힌 반도체 보조금 기준은 팹(공장)당 최대 30억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60억달러를 받는다면 상한선인 26억달러의 2배다.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당초 건설 계획보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20~30%가량 증액이 됐다고 하더라도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금액이다. 미국의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뉴멕시코 등 총 435억달러를, 대만의 TSMC가 애리조나에 400억달러를 투입해 각각 보조금이 100억달러, 50억달러 수준으로 언급되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투자 대비 보조금 지급 규모가 더 큰 것이다.

이를 놓고 미중 간 반도체 무역 갈등에서 동맹국인 한국 기업의 중요성이 고려된 것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TSMC보다 보조금이 확대된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더 지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삼성전자, '최대 1921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 끝나
이미 삼성전자는 20년 이상 장기간 1921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외부로 공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의 세금 감면 프로그램인 '챕터 313 인센티브' 신청서에서 확인됐다. 챕터 313은 텍사스주 내에 설비 투자를 한 기업에 최대 10년간 재산 증가분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인데, 지난 2022년 12월 말 종료됐다.

삼성전자는 이 인센티브 종료에 앞서 2022년 5월 텍사스주 매너 교육위원회와 테일러 교육위원회에 각각 제출한 인센티브 신청서를 통해 향후 오스틴 지역에 2개(팹3~4), 테일러 지역에 9개(팹2~10) 등 총 11개 공장을 신규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오스틴 공장 245억달러, 테일러 1676억달러 규모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SNS를 통해 "테일러시를 포함하고 있는 윌리엄슨 카운티장 빌 그라벨이 부지앞 도로를 '삼성 하이웨이'로 명명하고 도로 표지판을 선물로 줬다"며 "올해면 공장이 완공되고 내년이면 그곳에서, 미국 땅에서 최고 선단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에 공장 하나'…보조금 '잭팟', 삼성 美 진출 가속화 할까
삼성전자는 계획안에서 이미 부지 확보를 끝낸 상태로, 2034년 이후 순차적으로 가동해 2042년께 프로젝트가 끝날 것으로 언급했다. 이른바 '원 이어 원 뉴 팹(One Year One New Fab·1년에 팹 1곳 신설)' 프로젝트다.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클린룸(Shell·쉘)'을 먼저 짓고, 수요에 따라 설비를 구축하는 '쉘 퍼스트' 전략도 연장선 상에 있다.

삼성전자는 다만 장래 인센티브를 확보하기 위해 계획안을 제출한 것일 뿐 투자 계획은 확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오는 2042년까지 국내에 300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도 인재 확보 문제나 반도체 제조 생태계 등을 고려하면 미국 내 투자에 어려움이 클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도 텍사스 당국에 제출한 신청서를 통해 "회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와 본사가 있는 한국도 (새 공장 부지로) 고려하고 있다"며 "텍사스는 세금 비용이 높아 혜택이 없다면 삼성은 텍사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단 삼성전자는 높은 운영 비용과 물가에도 불구, 미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이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미국 투자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들린다.

북미 지역은 높은 생산단가와 세금 문제가 있지만, 첨단 반도체 고객사가 즐비한 세계 최대 시장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전 세계 3대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인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이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상위 10개 업체 중 6곳이 미국 기업이다.

특히 AI용 반도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도 반도체 설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TSMC나 인텔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메모리 부품부터 생산(3나노 이하 파운드리)과 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 전 과정을 수행하는 '턴키'(Turn Key·일괄 수행) 전략을 펼치기에는 미국 시장 매력도가 크다는 진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