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만 피해?"…의대교수 사직 결의에 환자 발 '동동'
"환자만 피해?"…의대교수 사직 결의에 환자 발 '동동'
  • 뉴시스
  • 승인 2024.03.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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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 결의
일주일 뒤 현실화 땐 '의료공백' 심화 전망
환자들 "의료계·정부 모두 한 발 물러서길"
"뉴스 보면서 노심초사…환자만 피해보나"
김진아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째를 맞은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6개 대학 의대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하기로 결정했다.

임철휘 권신혁 수습 이소헌 수습 기자 = "서울대병원에 갔다가 진료가 안 된다고 해서 여기로 왔어요. 25일에 수술하려던 시설에 있는 다른 아이 수술 일자도 연기됐어요. 병원에서 연락준다고 했는데 연락도 없고…"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수녀 고모(62)씨의 말이다. 성북구의 한 아동 시설 소속인 고씨는 6개월 된 신생아의 딤플(엉덩이 피부 함몰)이 의심된다며 서울대병원을 찾았으나,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엉덩이 보조개'라고도 불리는 딤플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5%는 발목 마비, 신경성 방광, 보행 장애 등 척수 기형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고씨는 "아이가 6개월이라 안 그래도 (검진이) 늦었는데, 의사 파업으로 더 늦어졌다. 아기가 걷기 전에 빨리 검사를 받아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다.

전국 의과대학(의대) 40곳의 절반가량의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하면서 의료대란이 코앞에 다다랐다. 이날 뉴시스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감을 토로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한발씩 물러날 것을 호소했다.

항암치료 경과를 보러 이날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는 A씨는 "마지막 항암(치료)은 원래 입원해서 해야 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은 못하고 집 가까운 병원에서 했다"며 "앞으로 추적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고 병이 악화할 수도 있는데, 계속 집 주변 병원을 찾아다녀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안 아프기를 바랄 뿐이다. (의료계 파업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정부가 양보하든지 의사들이 양보하든지 둘 중에 한 개는 해야 된다. 계속 서로 줄만 당기고 있으면 어쩌냐"고 토로했다.

이날 새벽 침대에서 떨어져 다친 부친을 데리고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는 김소희(60)씨는 "처음엔 고려대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 의사가 봐주지도 않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눈치를 보더니 다 환급 처리해 줄 테니까 성형외과에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병원도 아무 데도 안 받아줘서 서울대병원으로 와서 검사를 해보니 뇌출혈이 있어서 입원해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 방광암 환자는 "담당 교수가 파업하면 어떡하냐"며 "의사가 우리 진료를 안 봐주면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죽는 것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무열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째를 맞은 18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6개 대학 의대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하기로 결정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담당 교수들까지 사직할 수 있다는 얘기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30대 김모씨는 "아이가 간혹 발작과 경기를 일으킨다. 그때마다 약을 바꿔야 하는데, 약을 바꾸려면 바로바로 병원과 소통해야 한다"며 "담당 교수가 없으면 소통이 잘 안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정모(40)씨는 "교수들이 집단행동 하기 전에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부산에 있는 다른 병원에 가는 수밖에 없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만 7년째 진료를 받고 있는데, 제 기록을 계속 봐주던 교수가 계속 봐주는 게 좋다"고 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의료계와 정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비뇨암을 진단받은 동생의 보호자로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았다는 최모씨는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면 좋겠다"며 "한 번에 2000명씩 늘리지 말고 1년 단위로 얼마씩 늘리는 그런 방법으로라도 타협을 했으면 좋다. 이렇게 의료 공백이 있는 것보단 정부와 의사 측에서 서로 양보를 해야 한다. 환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혈액 종양 진단을 받은 한 환자는 "뉴스를 보면서 늘 노심초사한다. '총선 때문에 그런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나온다. 환자 입장에선 너무 화가 난다. 우리들은 정말 절박하다. 차근차근 협의하고 신중하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진아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째를 맞은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6개 대학 의대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받거나 의대생들이 유급 위기에 처하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워온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더라도 수리되기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되는 만큼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지만, 사태가 이달 말까지 지속되면 의료 현장의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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