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박용진 공천 걱정 않는 당' 없었다…'비명횡사'로 마무리
이재명의 '박용진 공천 걱정 않는 당' 없었다…'비명횡사'로 마무리
  • 뉴시스
  • 승인 2024.03.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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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강북을에 '친명' 한민수 대변인 공천
원칙 없는 경선룰에 '경쟁자 제거' 포석 지적도
"공정성 시비 수도권·중도층 민심에 영향 줄 것"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용진 의원을 꺾고 강북을에 공천된 조수진 후보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언한 '쓴소리 맨' 박용진이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은 없었다.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은 그야말로 '비명횡사'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2번의 결선 투표와 전략 경선에서 35%와 55% 페널티를 안은 기울어진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데 이어 최종 전략공천에서도 배제됐다. 이 대표는 결국 공천 과정에서 사천과 불공정 논란을 야기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 조수진 변호사가 후보직을 사퇴한  서울 강북을 지역구 새 후보로 경선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이 아닌 친명(친이재명)계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당내 '공천 파동'의 마지막 뇌관으로 여겨지던 비명(비이재명)계 박 의원이 결국 공천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이른바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강민석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당대표는 위임받은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으로 서울 강북을 후보로 한민수 대변인을 의결 및 인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후보에 대한 흠결과 하자로 인해 발생 요인이기 때문에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이라며 새로운 인물의 전략공천을 시사했다.

안 위원장은 현역인 박 의원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두고 "후보군에 포함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면서 "하위 10%, 20%에 포함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이 다시 공천받은 경우는 특별한 경우 아니고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북을 후보 확정으로 민주당 4·10 총선 공천 작업은 마무리됐다. 40%가 넘는 현역 교체율을 앞세워 이 대표는 "혁신을 넘어서는 공천 혁명"이라고 자찬했으나, 이번 민주당 공천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로 회자됐다. 대체로 친문재인계나 비명계 등 당내 비주류 의원 자리에 원외 친명 인사가 공천을 받아서다.

특히 대표적 비명계 인사인 박 의원의 경선 과정은 '배제 작전'으로 불릴 만하다는 평가가 당내에서도 나왔다. 특정인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총 3번의 경선을 치른 끝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결선에서 승리한 '친명' 정봉주 전 의원이 '목함 경품'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번복되면서 조수진 변호사와 또다시 경선을 했으나 결국 패배했다. 박 의원에게 공천이 승계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당 지도부는 전략경선을 결정했다.

결과는 예견됐다. 의원평가에서 '하위 10%'에 든 박 의원에게는 득표율의 30% 감산이 적용됐고, 조 변호사에게는 여성·신인 가산점 25%가 붙었다. 더욱이 경선 방식은 국민참여경선(일반 국민 50%+지역구 권리당원 50%)이 아닌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를 합산하는 온라인 투표로 치러졌다.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데 전국 권리당원에 70%의 투표권을 주자 박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경선"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도 강북을 공천 논란과 관련해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당 지도부가 중도층 유권자들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성봉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강북을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당 대표 경선에서 박 의원에게 승리한 뒤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한 의원들의 '공천 학살'이 우려된다는 당내 목소리에 "통합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다름'은 '배제'나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의 자산"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공언과 달리 박 의원이 원칙 없는 경선 룰로 고배를 마시자 경쟁자 제거 포석이 깔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지적하며 이 대표와 맞붙었고, 2022년 8월 이 대표와 겨룬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선 이 대표의 '사당화' 문제를 줄곧 지적했다. 이 대표가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을 겨냥해서도 "이 후보는 동지들과 당원들에게 자신의 '셀프공천'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중도층 사이에서 인지도나 상징성도 작지 않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 때 64.45%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서울 49개 선거구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의정활동 이력도 화려하다. 20대 국회에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4조원대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한 비주류 의원은 "박 의원의 공천 탈락은 민주당 총선 공천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민주당 공천이 결국 '비명횡사'로 마무리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이번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중도층 민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불공정 시비가 잊힐 거라고 생각한다면 유권자를 쉽게 보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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