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인 성찰·쇄신 없인 민심 '레드카드' 직면 지적도
총선 막판 '용산발 리스크' 커지자 참모 교체 요구
박근혜 20대 총선 패배후 청와대 참모·내각 교체
문재인 정부 유일 패배 4.7 재보궐 후 총리 바꿔
비서실장·정무수석 교체 관심…총리는 임기 2년차
정책 연속성·여소야대 청문회 고려 교체 안할수도
박미영 기자 = 여당이 4·10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론' 중심에 서게 됐다.
정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중간 평가' 성격인 만큼,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에 돌아갈 수 밖에 없어서다.
21대 국회보다도 공고해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국정 동력의 상실은 물론 나아가 식물정권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민심의 '회초리'에 성찰과 자성, 쇄신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는다면 야당의 사과·책임 압박에 더해 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겸허한 자세는 물론이고 실정의 책임을 물어 총리를 포함한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참모진을 교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내각 총사퇴와 참모진 교체 요구는 총선 직전부터 나왔다.
총선을 열흘 앞둔 지난달 31일 판세가 야당쪽으로 현격하게 기울자 조해진 의원은 시국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에 사과와 내각 총사퇴, 대통령실 참모의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최재형 후보는 이관섭 비서실장 교체와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거론했고, 마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도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가 "성급했다"며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유사보수'로 치부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총선이 참패로 귀결되면서 다시 대통령 책임론은 재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선 정국 내내 여당은 ▲디올백 논란 ▲윤-한 갈등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875원 논란 ▲선거개입 논란 등 대통령실발(發) 악재에 시달렸던 탓에, 참패라는 성적표에 따라 여권의 균열로 이어지고 결국 윤 대통령을 향해 인적 쇄신 요구 등 공격적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선거 승리를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윤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김 여사 문제를 다시 부각할 경우, 윤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선거 패배는 대체로 여당 지도부 사퇴는 물론 내각과 참모진의 물갈이로 이어졌다.
인적 쇄신은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털고 분위기를 일신,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 속에서도 핵심 국정과제를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역대 정부도 정권 중간 선거에 패배했을 경우 '정권 심판론'을 민심으로 받아들이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윤 대통령도 내각 교체와 대통령실 쇄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4월13일 치러진 20대 총선 패배 후 4개월에 걸쳐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내각을 교체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지역역구 105석, 비례대표 17석 등 122석(더불어민주당 지역구 110석·비례대표 13석, 국민의당 지역구 25석·비례 13석)으로 원내 제2당으로 전락했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4.13 총선 한달 만인 5월 15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정책수석과 경제수석도 교체했다.
이후 25일이 지난 6월 8일 정무·미래전략·교육문화수석을 교체하는 청와대 참모진 추가 개편을 단행했다. 당일은 20대 국회가 개원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이어 8월 16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3개 부처 장관과 4개 부처 차관을 교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참패로 9일 만인 4월 16일 일부 부처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단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하고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정무·사회수석과 대변인을 교체했다.
4.7재보궐선거는 선거 한달 전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와 조국 사태로 인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완패를 당했다.
20대 총선부터 시작해 21대, 22대 총선까지 여소야대 지형이 굳혀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3년이라는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3년 임기 동안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은 물론 최근에 시동을 건 의료개혁과 경제 회복, 외교 안보까지 각종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의 충격을 하루라도 빨리 추스르고 경제와 민생을 국정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정국 반전을 도모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개각과 대통령실 쇄신을 단행할 것인지, 교체 결단을 내린다면 폭은 어느 정도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28일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 '톱3'를 동시에 교체한 바 있다. 당시 교체는 집권 3년차에 맞춰 민생 정책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이관섭 정책실장을 김대기 비서실장 후임으로 지명했는데, 이 인사는 이보다 앞선 11월 30일에 정책수석에서 정책실장으로, 한달 만인 12월 28일에 비서실장으로 고속 승진시킨 것이다. 그만큼 이 실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는 게 정계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이 실장은 윤-한(동훈)갈등설 속에 거론되면서 최재형 의원 등으로부터 사퇴 요구가 나온데다, 대파 논란, KBS 대담,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등 각종 논란의 등 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로 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대통령실이 정무기능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떨어진다는 평가와 이 때문에 비서실장에는 관료출신 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적합하다는 정계 지적을 윤 대통령이 수용할 경우 교체될 수 있다.
다만 비서실장 교체가 불과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인 데다, 이 실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 교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 패배 책임과 더불어 여소야대 정국을 대비하는 정무기능 강화 차원에서 정무수석 교체도 거론된다.
그 외 정책, 외교 분야 참모들은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개각 여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기획재정부, 국가보훈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총선을 지휘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투입되면서 후임도 지난 1월 12일 지명됐다.
부처 장관이 교체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정책 추진의 연속성, 청문회 등을 고려한 인사 풀의 한계 등으로 개각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리의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2년 5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 2년을 향하고 있어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총리의 경우 본회의에서 지명동의안을 표결해야 하는 만큼 윤석열 정부 2대 국무총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