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창당 12년 만에 원외 정당…심상정 정계 은퇴 '후폭풍'
녹색정의당, 창당 12년 만에 원외 정당…심상정 정계 은퇴 '후폭풍'
  • 뉴시스
  • 승인 2024.04.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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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 0석…창당 12년 만에 원외정당 전락
심상정, 5선 도전 좌절…눈물의 정계 은퇴 선언
"준엄한 민심 겸허히 받아들여…철저하게 혁신"
추상철 기자 =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희 조성하 기자 = 녹색정의당이 4·10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창당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원외 정당이 됐다.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녹색정의당은 중진급 의원인 심상정 원내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심성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온 진보정치의 소임을 내려 놓으려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저는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며 "무엇보다 제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이 참패했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검은 정장 차림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감정을 붙잡으려 노력했지만 중간중간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중심에 서왔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간 척박한 제3의길에 동행해주시고 독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께 통절한 맘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진보정당 25년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며 "하루하루가 벅차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한걸음 한걸음이 수월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원 지지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며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재촉해온 사랑하는 당원들과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또 "지난 25년간 오로지 진보정치 한 길에 생을 바쳐왔다"며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권력을 잡는 것보다 더 큰 꿈, 정의로운 복지 국가를 향해 매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의 틈새에서 가치와 소신 지키려는 저의 몸부림은 번번이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혔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결코 그 꿈을 포기 않았기에 우리 사회 약자와 모든 시민의 권리가 개선되고 또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 이나마 진보돼왔다고 믿는다"며 "저와 진보정당이 진정 사랑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이웃하며 살아가는 보통 시민의 삶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저는 한 사람 시민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부디 제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주시고,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 정치를 따뜻한 맘으로 성원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심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서 5선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쳐 낙선했다. 그는 제21대 국회에서 녹색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었다.

심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고양갑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다시 도전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4선까지 연임에 성공했으며, 19대 대선과 20대 대선에선 정의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장혜영(서울 마포을), 강은미(광주 서구을) 등 현역 의원들을 필두로 전국 254개 지역구 중 17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또한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2.14%에 그쳐 의석 확보 기준선인 3%를 넘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은 2012년 통합진보당과 갈라져 나온 창당한 이후 원내에 진입한 진보정당이자 제3정당으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지난 제20대 총선과 제21대 총선에서는 각각 6석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에서는 거대 양당에 밀려나고, 비례대표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선전으로 0석이라는 결과를 받아야 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유권자분들께서 보여준 준엄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부족하고 모자랐던 점을 더 성찰하고 철저하게 혁신할 때"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이후 전당적인 토론과 실천, 시급한 차기 지도부 구성 등을 통해서 새로운 진보정치의 길을 모색하겠다"며 "비록 국회에 교두보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노동정치, 기후정치, 성평등정치를 향한 녹색정의당의 진보정치를 지속할 희망의 언어와 방법론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기존이었다면 제가 즉시 사퇴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즉각 사퇴를 하기보다는 5월 차기 지도부 선출시까지 대표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선거 결과에 대한 더 책임감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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