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인재육성…정부와 기업, 머리 맞대라
갈길 먼 인재육성…정부와 기업, 머리 맞대라
  • 뉴시스
  • 승인 2024.04.13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형 확장보다 현재 양성 시스템 전문화 우선해야
반도체학과 전임교수 없어 이론적 교육만 이뤄져
"기업, 기술 트랙의 인력 운영방식 도입 검토 필요"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지용 기자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에 발맞춰 정부가 반도체 인재 육성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정책이 숫자만 늘리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기업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특성화 대학과 대학원을 각각 10개, 3개 추가 선정하기로 했다. 반도체 아카데미 교육 인력도 지난해 520명에서 올해 8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전문 인재는 턱없이 모자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은 2031년 13만명 정도가 부족할 전망이다.

정부는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클러스터 인근에 신도시를 세우고, 해외 우수 인력에게는 출입국·거주·정착 패키지 지원까지 해줄 예정이다. 우수 인력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퇴직자 국내 재취업 지원에도 나선다.

정부는 지난달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재 육성 정책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반도체 특성화 학과 수를 늘리는 외형 확장보다는 현 인재 양성 시스템에서 전문화를 먼저 이뤄내야 한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칠 교수도 턱 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1421개 중 전임교수가 한 명도 없는 학과 비율은 69.2%(984개)에 달한다. 그만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에 바로 활용할 수 없는 이론 교육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수 학생들은 여전히 반도체 전공을 택하지 않고 있다. 올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원 25명 중 55명(220%),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정원 10명 중 10명(100%)이 모두 등록을 포기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전문 교수가 부족하면 아무리 반도체학과를 많이 만들어도 실효성이 적고, 기업에서 원하는 실무 교육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를 먼저 양성하고 현재의 대학원을 우선 전문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기업이 단순 직급 위주에서 AI 반도체 등 업계 트렌드에 맞춘 기술 트랙으로 인력 운영방식을 더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도 들린다.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기술에 맞춰 개인이 자신만의 기술·공정 포트폴리오를 쌓아 전문가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용석 부회장은 "기업은 기술 전문가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그에 합당한 개선된 처우를 해야 인재 유출을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텔 등 경쟁사가 삼성과 SK의 인재를 뺏어가는 상황을 막으려면 기술 전문화에 힘쓴 뒤 반도체학과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