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멩이 아니에요"…힐링용 '반려돌' 키우는 이들
"그냥 돌멩이 아니에요"…힐링용 '반려돌' 키우는 이들
  • 뉴시스
  • 승인 2024.04.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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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돌 이름 붙이고 옷입혀
전문 판매 업체까지 등장해
외신 "치열한 사회 영향받아"
"반려돌에서 안정 찾으려해"
직장인 김상희씨가 키우고 있는 반려돌 모습 

김래현 이소헌 수습 기자 = "좋아하는 연예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려돌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 우연히 길에 놓여 있는 돌멩이 하나가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길래 회사 책상 위에 갖다 놨죠. 일하다가 힘들거나 짜증 날 때 한 번씩 반려돌을 보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해요."

뉴시스가 반려돌(애완돌)을 키우게 된 계기를 묻자 직장인 김상희씨가 한 답변이다. 그는 자신의 반려돌에 얼굴을 그려주고, 국립중앙도서관 인근에서 발견했다는 뜻에서 '국중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고 전했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 외에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키우고 있는 돌멩이에 관한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들은 돌에 저마다 개성 있는 이름을 붙여 호칭하고,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기도 하며 반려동물을 대하듯 반려돌을 대하고 있었다. 일부는 나들이를 갈 때 반려돌을 데려가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반려돌을 입양하려는 수요가 꾸준하자 전문 판매 업체도 성행하는 모양새다.

만원대에 반려돌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는 보관 박스와 방석, 등록증과 가이드북, 모자 등으로 기본 세트를 구성했다. 기본 구성 외에 털모자 등 추가 옵션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해당 업체에서 반려돌을 구매한 사람들은 본인은 물론 선물한 상대방도 좋아했다며 동물이나 식물을 기를 자신은 없었는데 반려돌 만큼은 입양해서 잘 키워 보겠다는 후기를 남겼다.

외신들은 한국인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돌멩이를 입양하는 데는 치열한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쁜 한국인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또 하나의 특이한 방법이라고 반려돌 열풍 현상을 소개했다.

WSJ는 "산업화 국가 가운데 가장 긴 근로 시간을 견디고 있는 한국인들이 변하지 않는 고요함을 찾고자 돌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을 겪을 수도 있는 사회에서 변치 않는 것에서 안정감을 가지기에 반려돌 수요가 꾸준한 것"이라며 "반려동물이 병들거나 죽으면 오는 고통도 너무 크다는 점에서 불변성이 있는 반려돌을 상대로 더 안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곽 교수는 "반려돌에 너무 의존하게 돼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집에서 반려돌과만 이야기하면 결국 병이 될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힐링할 수 있는 대용물 정도로 반려돌을 여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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