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할시, 21세기 걸크러시 증명
[리뷰] 할시, 21세기 걸크러시 증명
  • 뉴시스
  • 승인 2018.08.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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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색 신발, 녹색빛이 감도는 머리카락, 데님 소재의 서스펜더 팬츠를 입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23)는 흡사 야무진 전투병처럼 보였다.  

세상이 여전히 여자 가수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시선과 편견에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메시지로 저항하는 전사. 할시가 6일 밤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은 왜 그녀가 '걸크러시 팝 아이콘'으로 통하는 지를 증명한 무대였다. 

'이블 퀸' '아이스 퀸' 등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영화 '헌츠맨: 윈터스 워' 삽입곡 '더 캐슬(the Castle)'을 부를 때가 절정이었다. 그로데스크한 사운드 속에서, 폭염도 집어삼킬 듯 내뿜는 에너지는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공연장에는 10~20대 여성팬들로 가득했다. 이날 공연 예매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이 무려 77.9%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따지면 10대 가 22.3%, 20대가 54.2%였다. 

지난 1월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성추행과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결성한 단체인 '타임즈 업(time's up)'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하얀 장미를 들고 나왔던 할시다. 

강렬한 비트의 '해븐 인 하이딩', EDM사운드가 요동치는 가운데 성별을 뛰어넘는 다양한 커플의 키스 장면을 한 가득 담아낸 영상이 인상적인 '스트레인저스'는 공연장에 운집한 1200명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할시는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한국은 첫 방문인데 아름다운 도시"라며 감탄했다. 

말 그대로 강렬한 폭풍우가 떠오르는 '허리케인'에 이어 히트곡 '컬러스'가 이어졌다. 객석의 플로어석으로 과감하게 뛰어든 할시는 안전바 위에 올라가 열창을 했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할시는 "여러분의 반응이 놀랍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겠다"고 목소리 높여 약속했다. 

지난해 빌보드 싱글 차트 12주 1위를 차지한 곡으로 본인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의 '클로저'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래 청량한 사운드의 EDM 곡인데 건반 소리 하나만으로 솔풀한 보컬을 뽐냈다. 팬들은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또 다른 조명을 만들어냈다. '소리'에서는 솔플한 음성이 더 농후해졌다. '얼론'에서는 어느 힙합공연보다 격렬한 '풋 유어 핸즈업'이 화끈하게 객석을 채웠다. 

본 공연의 마지막 노래는 '영 갓'. 그로테스크한 사운드에  "어린 신이 된 것 같니? / 너도 알잖아 우리 둘이 어린 신이란다 / 우린 발아래 사는 인간들 위로 이 거리를 날아갈거야"라고 쏘아붙이는 그녀는 20대 초중반의 팝스타를 넘어 노련한 뮤지션의  아우라를 뽐냈다. 

앙코르 '홀 미 다운'과 '배드 앳 러브'까지 들려준 뒤 시곗바늘이 가르킨 시간은 오후 10시20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떠오르는 신예 R&B 뮤지션 니키의 오프닝 공연 이후 오후 9시부터 시작한 이날 무대는 비교적 짧았지만 쉴 틈 없이 폭주기관차처럼 달린 할시 덕분에 어느 때보다 숨이 차올랐다. 21세기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 롤모델 떠오른 할시는 홀로 낭비 없이 무대를 꽉 채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화끈하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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