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
  • 장원영 기자
  • 승인 2019.07.23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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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석 교수
정의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에게 편지 한 통이 배달돼 왔다. "교수님을 만나 우리 아이가 어떤 분들에게 어떻게 치료받았는지 들었습니다. 같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속상해 하는 교수님의 모습에 우리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좋은 선생님을 만나 치료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으로 진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턴 시절 정의석 교수는 일복 많은 의사였다. 매번 일 많기로 소문난 진료과에 배정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후, 정 교수는 2015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팀에 왔다. 김기수·김애란·이병섭 교수 등 선배 의사를 비롯해 신생아중환자팀 간호사 모두의 집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남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자. 그게 서울아산병원이잖아"하며 격려했다. 숫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결과를 경험하면서 '선입견을 갖지 말고 끝까지 해 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집념의 힘을 배웠다.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세상에 조금 빨리 나온 이른둥이,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 분만 과정에서 위험해진 아기들이 온다. 달수를 채우지 못한 미숙아들이 치료를 받고 무럭무럭 자라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정의석 교수를 찾는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또래의 아이처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내 아이처럼 예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신생아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누구 한 사람의 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료실 밖에서 만난 보호자들은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의사'라고 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는 아이의 부모는 하루에 2번, 30분의 면회 시간을 제외하곤 아이를 의료진에게 온전히 맡겨야 한다. 아이를 중환자실에 홀로 두고 돌아가는 부모의 입장에선 '신뢰'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보호자들이 그를 그만큼 믿을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귀 기울여 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면 나 때문에 아이가 아픈 건 아닌지 자책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어머니, 잘하고 계세요'라고 응원해 주셔서 큰 위로와 힘을 받습니다."

정의석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 모두의 마음과 노력이 어우러져 좋은 결말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그 위에 진심을 얹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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