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역사 왜곡 영화 왜 자꾸 나오나, 이번에는 '나랏말싸미'
[초점]역사 왜곡 영화 왜 자꾸 나오나, 이번에는 '나랏말싸미'
  • 뉴시스
  • 승인 2019.07.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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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팩트와 허구 사이에 있다'는 말을 한다. 인간이 외부사회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인식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나도 이제 헷갈린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시나리오를 구축할 때는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메라에서 배우들과 찍는 과정에서 그것을 사실과 허구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과연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진실에 중독이 되는 현상이 벌어져 지금은 어디까지가 팩트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적 순서는 좀 바뀌고, 인물에 대한 해석은 바뀌었지만 가급적 기록에 있는 사실에 기반해 쓰려고 노력했다."  

"33년 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극에 가장 많이 참여한 영화인이 됐다. 사극을 많이 하다 보니 역사 공부도 더러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철저하게 연구하고 많은 자료를 섭렵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이 이게 맞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늘 열린 마음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통찰을 배운 것 같다. 영화 시작할 때에도 봤다시피,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그런 자막을 넣은 것 같다." 

영화 '나랏말싸미'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의 말이다.

'군함도'와 '덕혜옹주'가 역사 왜곡으로 홍역을 치른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나랏말싸미'에 평점 '테러'를 하며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한 해는 1443년이다. 세종대왕이 '신미'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1446년이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에 비로소 신미를 알게 된 것이 팩트다. 영화에서처럼 세종대왕과 신미스님이 함께 한글 창제 작업을 했고, 그마저도 신미스님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영화에는 또 훈민정음이 다른 나라의 글을 모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증명한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3년 동안 집현전 학자들과 훈민정음 창제 원리와 해설이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을 제작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다른 나라의 글을 모방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 왜곡의 이유로 '흥행'과 '재미'에 대한 욕심에서 찾았다. "다큐는 아니고 상업영화다 보니까 극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기존의 역사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면 그걸 영화로 볼 유인 요인이 적지 않나. 그래서 역사 왜곡이 발생한다. '덕혜옹주' 같은 경우는 심한 왜곡이 많지 않았나. 실제 역사에서 덕혜옹주가 그렇게 (항일운동을) 하지 않지 않았다. 상당히 많이 미화했다. 그런 정도 선까지 나가면 왜곡이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상업적인 부분과 대중성을 위해서 새로운 관점을 막 집어넣는 거다. 그런 것들이 재미 포인트를 만들어내니까. 이번 작품도 영화를 보는 포인트에서 신미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힘이 있다. 그런 것들을 무리하게 넣다 보니까, 그렇게 (왜곡이) 된 거다. 역사를 왜곡하려고 의도했기보다, 대중성을 많이 의식하다가 어느 순간 선을 넘는 부분이 생기는 거다. 역사를 모르는 친구들이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조심해야 되는 거다. 새로운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 상상력을 집어 넣는 건 맞는데, 합당한 선에서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건강한 상상력'도 언급했다. "해석이라는 게 사실은 역사에 원래 있던 내용을 바꾸는 게 아니라 역사에 있는 내용을 해석하는 거다. 있는 부분들을 이면의 이야기를 살짝 넣어 다시 해석해 원래 역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상력이 발휘돼야 한다. 근데 이렇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꿔 버리면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실존인물을 쓴 거 아닌가. 그거는 함부로 막 쓰면 안 된다. 역사라는 게 팩트가 있다. '예술로써 작품을 하겠다'고 하면 허구의 인물을 쓰면 된다. 실존인물을 썼을 때는 팩트를 지켜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역사 왜곡을 막는 방법으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진승현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하다 보면 왜곡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산 안창호'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밀정'이나 '암살'처럼 허구의 인물을 집어 넣었다. 역사를 왜곡한 경우라면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제작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줄 몰랐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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