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초기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약 100여점 전시.
대구출신 원로작가 권정호(1944~)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권정호 : 1971-2019」가 8월 16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오는 9월21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는 1971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한 작품 100여점 뿐 아니라 작가 관련 아카이브와 인터뷰 등을 함께 전시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965년부터 1972년까지 계명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권정호 작가는 지역에서 설립된 미술대학을 통해 배출된 1세대 작가다. 대학시절 추상미술에 심취한 그는 1970년대 대구에서 일어났던 현대미술운동을 직접 겪었고 이후 1980년대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한국에 신표현주의 경향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2000년대에 들어 입체, 설치, 영상 등 작품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1~5전시실까지 시대별로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1970년대~1982 : 점, 문자 시리즈
초창기 작품들이 전시된 이 섹션에서는 권정호 작가가 미술 교육자이자 서양화가인 정점식(1917-2009)의 영향으로 제작한 추상작품을 시작으로 문자추상을 선보였던 남관(1911-1990)의 영향으로 받은 문자 시리즈가 전시된다. 또한 전통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문화를 ‘점’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한 ‘점’ 시리즈도 만나 볼 수 있다.
1983-1997 : 소리, 해골 시리즈
1984년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던 권정호 작가는 거리에서 스피커를 발견하고 당시 자신이 시달리고 있던 소음 문제와 현대인들의 신경증을 담은 ‘사운드’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운드가 점차 ‘해골’로 바뀌면서 유년기부터 느낀 공포와 억압적인 정치 현실을 표현한 ‘해골’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 이후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해골’은 주요한 소재가 되었는데 이 시기에는 해골 형상에는 주로 현대인의 상실과 불안, 공포와 같은 감정들을 담고 있다.
1991-2002 : 하늘, 선 시리즈
해골은 점차 ‘선’으로 변해갔고 추상적인 조형에서 구상적인 내용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시기에는 일상 속 정물이나 인물, 산수, 해골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1995, 2003~2010 : 지하철, 사회 현실 반영 시리즈
이 시기에 굵직한 사건들이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로 1995년 일어난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였다.
이를 계기로 사회 현실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사고로 촉발된 사람들의 분노와 고통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상처를 공감하고 위로하고자 노력했다.
2010~2019 : 해골 설치 등 매체의 다양화
어느덧 원로 작가 반열에 들어섰지만 작가로서 안주하기보다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해나간다. 그는 닥종이를 이용해 속이 빈 해골을 제작하면서 입체와 설치로 넓혀나갔는데 과거 초기 해골 작품이 개인이나 사회의 감정을 다루려했다면 2010년 이후의 해골 형상은 보다 종교적이고 철학적으로 확장되어나간다. 작가는 죽음의 상징인 해골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인류의 삶과 시간의 문제를 탐색하고 있다.
전시와 연계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오는 8월 28일 오후 3시 작가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김복영 교수(서울예술대 석좌교수)와 김옥렬 대표(미술평론가, 아트스페이스펄 대표), 김기수 예술감독(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등이 참여해 권정호 작품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볼 예정이며 같은날 오후 6시 대구시립무용단의 축하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053)606-6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