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겼다 울린다···차승원 코미디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웃겼다 울린다···차승원 코미디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 뉴시스
  • 승인 2019.08.31 0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서 이걸 코미디로 풀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지적장애인 역할이라서 희화화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에 마음이 끌렸다. 만족스럽다."

배우 차승원(49)은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2001) '라이터를 켜라'(2002) '선생 김봉두'(2003) 등에 출연하며 한국 코미디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다.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영화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간 코미디를 왜 안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적당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마음이 동요하지 않아서 안 한 면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코미디로 돌아왔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예전에 했던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나이를 먹으니 사고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한다. 이런 부분을 녹여낼 수 있는 코미디를 만나면 어떨지 생각하던 중에 이 작품을 만났다."

아이 같은 아빠 '철수'가 어른 같은 딸 '샛별'과 예상치 못한 여행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코미디영화 '럭키'(2016)로 700만 관객을 모은 이계벽(48) 감독의 신작이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추석연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9월11일 개봉. 

차승원은 전매특허 격인 코믹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대복 칼국수의 수타 장인 '철수' 역이다. 하루아침에 '딸' 벼락을 맞고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감독의 모습을 참고하면서 연기에 집중했다. "감독 이계벽보다 인간 이계벽이 훨씬 인간적"이라며 치켜세웠다. "감독의 모습 중에 철수가 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철수의 모습이 이 감독에게 있다. 현장에 갈 때마다 감독의 얼굴을 보고 연구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철수는 지하철 화재사건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앓게 된 소방관이다. 이 감독은 "당연히 조심스러웠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안전문화재단을 통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소방관들도 만났다.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있다는 것을 알고난 후에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로 안 만들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자세하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철수의 후유증을 내세우기보다는 결핍된 인물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희화화하기보다는 진솔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철수 캐릭터를 소시민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철수를 히어로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소방관들이 원래 우리 곁에 있는 히어로 같은 느낌이 있다. 그렇게 철수에게 감정이입을 한 것 같다."

차승원은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확연히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기가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색하지 않게 넘어가게 하려고 했고, 그 부분을 걱정했다. 철수의 외적인 부분은 단조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 감독과 많이 상의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비주얼이 나왔다. 철수의 말투나 행동양식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얼굴 근육을 다르게 움직이는 연기도 설정한 것이 아니다. 결핍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엄채영(12)은 철수의 딸 '샛별'이다. 백혈병으로 오랜투병 생활을 했지만 밝고 씩씩한 인물이다. "엄마와 연기 연습을 했다. 거울을 보면서 표정연기를 많이 연습했다. 촬영장에서 많은 배우들이 도움을 줬다. 차승원 아빠도 좋은 조언을 해줬다. 덕분에 잘 촬영할 수 있었다." 

배역을 위해 삭발도 했다. "머리를 밀어서 따끔하고 힘들었다. 실제로 몸이 아픈데 굳세게 버티고 있는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찍었다.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고 힘냈으면 좋겠다." 

박해준(43)은 철수를 자나깨나 걱정하는 동생 '영수'를 맡았다. "이번 연기가 굉장히 편했다. 실제로 내가 동네를 다니는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편안하게 내 모습을 보여줬던 영화인 것 같다." 

차승원은 '딸 바보'의 면모를 아낌없이 드러낸다. 애틋함을 자아내는 부녀케미를 선보인다. "실생활과 연기가 다를 수는 없다. 하하. 내가 하는 것이니 실제 모습이 조금은 묻어났을 것이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준비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동안 네비게이션처럼 연기한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나 자신을 놓고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 영화에는 그동안 쌓아온 차승원이라는 사람의 베이스가 있었다. 딸에 관한 부분도 기본적인 색감이 많이 묻어나온 것 같다." 

'명절에는 코미디'라는 공식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아가씨'(2016) '독전'(2018) 등을 만든 용필름이 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