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소 빌려주기
부자 소 빌려주기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8.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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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부유한 늙은이가 있었다. 한번은 그가 거실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밭을 갈려고 하니 소 한 마리를 빌려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부자는 자기가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편지를 펴서 중얼중얼 대충 읽고 난 척하더니 고개를 그떡이며 심부름꾼에게 말했다. "알았어, 잠깐 기다리게. 내가 직접 갈 테니"

곁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입을 가리며 속으로 실컷 웃었다.

▶돈은 많아서 부자이긴 한데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니 그 답답한 심정을 알 만하다. 못 먹는 설움도 대단하지만 못 배운 설움도 그만 못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부자는 경제적인 여건이 넉넉하니 열심히 배우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부자 체면에 무식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서 글자를 아는체했다. 때로는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정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는 것이 무식한 것보다 더 위험하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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