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편곡 1세대 작곡가 맹원식 별세...향년 84세
재즈편곡 1세대 작곡가 맹원식 별세...향년 84세
  • 뉴시스
  • 승인 2019.10.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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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맹원식(84)이 폐렴으로 4일 세상을 떠났다. 국내 재즈 빅밴드 편곡의 원조로 통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씨와 유족 등에 따르면 평소 건강하던 고인은 강릉·동해로 공연을 다녀온 6주 전부터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됐다. 유족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해 일반병동으로 옮겼으나 다시 악화된 뒤 회복하지 못하셨다"고 말했다.

맹원식은 1963년부터 편곡 활동을 시작했다. 민요와 가요, 동요 등 약 2000곡을 개성 넘치는 재즈 선율로 편곡했다. 한국 최초로 빅 밴드 재즈앨범을 발표했다. 화려한 수상경력에도 평생을 빅밴드 재즈 편곡에 헌신, 일반 대중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6·25 동란 때 육군 보병 제1사단 군악대에 입대해 전선을 누볐다. 1961년 미국 해군 군악학교로 유학을 다녀온 그는 대중음악인들에게 화성학을 가르쳤던 이화여대 이교숙 교수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당시 김희갑, 신중현, 이인성, 정성조 등의 뮤지션이 이 교수에게 음악 이론을 배웠다. 이후 맹원식은 1963·1967년 문화공보부(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국신인예술상 경연대회에서 2회에 걸쳐 연예 부분 작곡 특상을 수상했다. 또 1969·1970년에 동양방송,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전국 경음악경연대회에서 2회 연속으로 편곡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65년 KBS TV 전임 편곡자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음악계에 입문했다. 1965년부터 1984년까지 20년 동안 워커힐호텔 극장의 전속 악단장으로 재직했다. 이미자, 서영춘, 이주일, 하춘화, 혜은이, 희자매 등 당대 인기 가수들의 리사이틀 편곡과 지휘를 맡았다.

30여장의 음반도 발표했는데, 1960년대 정시스터즈와 피너츠시스터를 발굴해 인기가수로 성장시켰다. 피너츠시스터의 히트곡 '누구에게 줄까요', 1978년 서울국제가요제 국내본선에 출품했던 '이슬비' 그리고 '퇴계로의 밤은 짙어' 등은 그의 창작곡들이다.

특히 1990년 대성음반에서 발매한 '맹원식과 그의 재즈밴드'가 연주한 '성불사의 밤'은 국내 최초의 빅밴드 재즈앨범이다. 친숙한 가곡과 민요를 재즈 빅밴드의 음악으로 편곡해 연주한 이 앨범은 최근 재발매되며 재즈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최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빅밴드에서 변형된 경음악단이 유행했지만 정통 재즈음악 녹음은 많지 않다. 이 음반은 한국의 가곡과 민요를 정통 재즈 편곡으로 녹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맹원식이 집필한 '재즈스터디', '재즈 피아노 교본' 등은 재즈 음악의 기초와 화성학, 화음 진행과 종지법 등 재즈의 기초적 이론 내용이 잘 정리됐다. '재즈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유다.

최 평론가는 "당시 국내에는 재즈 빅밴드 연주 편곡이 가능한 음악가가 극소수였던 때라, 그의 손을 거친 악보들은 가요계와 군악대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고 기억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6호에 마련됐다. 4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7일 오전 8시다. 6·25 참전 유공자로 충북 괴산시 호국원에 영면하게 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금실 여사와 1남2녀를 남겼다. 02-2227-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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