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한과가 숨을 쉰다
봉화 한과가 숨을 쉰다
  • 임동산 기자
  • 승인 2018.08.1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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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통일 이후부터 먹어왔다고 전해지는 한과의 종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찹쌀가루를 반죽에 튀겨 고물을 묻히는 유과,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 생강즙을 넣어 튀겨내는 유밀과, 과일이나 생강, 잣, 밤 등을 삶아 다른 모양으로 빚어 만드는 숙실과 신맛 나는 과일을 전분과 설탕 등을 놓고 묵처럼 굳혀 만드는 과편, 곡식이나 녹말에 엿기름을 넣어 달게 조리는 엿, 인삼과 도라지 등 식물의 뿌리나 과일 열매를 달게 조리는 정과, 곡물 가루와 한약재, 꽃가루 등을 굴로 반죽해 판에 찍어 만드는 다식 등이 있다. 재료와 모양에 따라 다시 여러가지로 분류된다. 수많은 한과 중 요즘에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것이 있는 반면 공장에서 만들어 어디서나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다. 후자에 속하는 것이 유과와 약과인데 유난히 사람 손맛을 타는 게 유과다. 약과는 재료가 좋고 신선하면 어느 정도 기본 맛은 된다. 하지만 유과는 아주 작은 조건에도 맛과 질감이 손바닥 뒤집듯이 확 달라진다. 그만큼 정말 잘 만든 맛있는 유과를 맛보기란 쉽지 않으며 만들기는 그보다 몇 곱절 더 힘들다는 것이다.

유과 중 상에 많이 올리는 네모난 산자를 만들려면 찹쌀을 5일 정도 물에 불리는데 중간에 물을 갈지 않는다. 불린 찹쌀은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깨끗한 물에 행궈 곱게 빻는다. 흰콩은 하루 정도 불린뒤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 콩물을 만든다. 찹쌀가루에 따뜻한 콩물과 술, 설탕을 넣고 반죽한다. 찜통에 젖은 면 보자기를 깔고 반죽을 뒤적이면서 1시간 정도 찐 다음 절구에 넣고 반죽이 골고루 썩이도록 나무 방망이로 20분간 계속 치댄다. 도마위에 밀가루나 전분 가루를 뿌리고 반죽을 탁구공만 하게 떼어 가루를 묻혀가며 밀대를 이용해 0.3-0.5cm 두께로 밀어 네모나게 만든다. 따뜻한 온돌 바닥에 한지를 깔고 반죽을 올려 뒤집어주면서 툭 하고 바삭하게 부러질 때까지 3일 정도 충분히 말린다. 마른 반죽에 묻은 여분의 가루는 털어내고 기름에 튀긴다. 튀길 때 너무 뜨거운 온도에서 튀기면 못생기게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온도가 다른 2개의 튀김 솥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 100도C 정도의 기름에 넣고 서서히 반죽을 불리다가 기름 위로 떠오르면 꺼내 150-160도C 기름에서 한 번 더 튀겨낸다. 튀길때 표면에 조그맣게 올라오는 거품은 나무주걱으로 눌러가며 네모난 반죽의 모양과 크기를 잡아준다. 전체적으로 적당하게 부풀어 오르고 모양과 크기가 잡히면 꺼내서 기름을 뺀다.

겉에 묻히는 고물은 찰벼를 사용한다. 불린 찰벼를 20분 정도 볶으면 쌀알이 튀기 시작하면서 벼 껍질이 알맹이에서 떨어져 나가며 튀밥이 된다. 이때 분리가 안 된 껍질은 골라내야 한다. 튀겨둔 반죽을 조청에 담갔다가 볶은 튀밥을 묻힌다. 볶은 통깨나 잣가루를 섞어 묻히기도 하고 잘게 채 썬 곶감이나 석이버섯을 물에 불려 깨끗이 씻은 다음 유과 위에 조청을 바르고 붙여 장식하기도 한다. 기분 좋게 바삭한 산자 한 장이 나오려면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봉화 닭실마을 에서 목격한 꼬부랑 할머니들의 조용하고 군더더기 없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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