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씨 사건이 발생한 부산서 또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4명의 사상 사고가 나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20분께 부산 해운대구 좌동 대동사거리에서 코란도 승용차를 몰던 60대 운전자 A씨가 인도에 서 있던 보행자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60대 여성 B씨가 차량에 깔려 흉부 골절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10대 청소년 1명은 심각한 발목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40대와 초등학교 1학년 모자도 경상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운전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95%였다.
해운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피해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 22세 대학생은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셨던 분이 허망히 떠나시는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이제는 제발 음주운전자가 당당한 사회가 아닌 우리가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번 사고가 난 곳은 지난해 9월 윤창호씨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불과 2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윤창호씨(당시 22세)는 혈중알코올농도 0.181% 만취운전 차량에 치인 뒤 50여일 간 사경을 헤매다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설립됐다. 윤창호씨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는 징역 6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법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원 김은지씨(27)는 "사람을 죽게 만들었는데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고작 몇 년 형을 살다 나오면 된다"며 "얼마나 법이 우스웠으면 윤창호씨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부산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고 분노했다.
인명 피해와는 상관 없이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것만으로도 면허를 영구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모씨(62)는 "술을 한잔이라도 마셨다면 절대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이런 기본적인 안전 의식이 없는 '도로 위 살인자'들은 다시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